[노트북 단상] 민생회복지원금 20만 원 놓고 갈라진 거제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민진 지역사회부 차장

얼마전 새 시장을 뽑은 경남 거제가 초장부터 시끌하다. 징검다리 재선으로 3년 만에 시정에 복귀한 변광용 시장이 공언한 ‘민생회복지원금’ 때문이다. 지난 재선거 때 벼랑 끝에 몰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당선되면 거제 시민 모두에게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던 변 시장은 지난 16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번 확언했다. 이를 위해 전담 TF를 구성한 거제시는 관련 조례안까지 입법예고하며 준비를 마쳤다.

수혜 대상은 23만여 명,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지원금은 관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거제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한다.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으려는 조처다. 사용 기한도 정해 단기간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민선 7기 변 시장 초임 시절이었던 2021년 1월 1일 시행에 들어가 1669억 원까지 적립금을 늘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정부 교부세가 줄어들면서 2023년 753억 원, 2024년 400억 원 그리고 올해 100억 원을 당초예산 부족분으로 충당했다. 지금은 585억 9900만 원이 남았다. 기금 설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최대 90%, 526억 원까지 집행할 수 있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건정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시는 ‘5월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입법 예고한 조례가 통과되면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한다는 목표다.

남은 건 시의회 ‘동의’인데, 이게 쉽지 않다.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날을 세웠던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아예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가뜩이나 빠듯한 지방재정에 비상금을 털어 시장 공약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7명, 무소속 2명 구성이다. 양당 출신인 무소속 2명의 정치 성향을 고려하면 사실상 동수다. 첫 관문인 경제관광위원회는 민주당 4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2명이라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시 ‘8 대 8’ 가부동수로 부결될 공산이 크다. 설령 조례가 제정돼도 ‘추경 심사’라는 큰 산을 또 넘어야 한다. 국민의힘 소속인 신금자 의장은 집행부가 요청한 5월 임시회를 거부했다. 시의회와 사전 교감이나 공감도 형성도 안 된 조례를 통과시키려 없던 회기를 만드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다.

정치권 공방에 시민 사회도 덩달아 갑론을박이다. 이 때문에 위기를 극복하려 준비한 지원금이 되레 분열과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10월부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이끈 문형배 전 재판관은 18일 퇴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적용되는 원칙과 너에게 적용되는 원칙이 다르면 어떻게 통합이 되겠는가. 관용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이고 자제는 힘 있는 사람이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 20만 원 지원금을 놓고 갈라진 거제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