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이것이 어르신들의 진정한 ‘스웩’!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사)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포푸라샤 편집부
지난해 빠른 입소문과 함께 국내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의 두 번째 시리즈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가 최근 출간됐다. 이번 책 역시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가 주최한 실버 센류 공모전 입상작(일부 응모작)들을 모았다. 센류는 5·7·5조의 음율로 이뤄진 일본의 정형시로, 짧은 문구 안에 촌철살인 같은 재치를 곁들이는 것이 묘미다. 그중에서도 실버 세대의 감성을 담아 창작한 시를 ‘실버 센류’라고 한다.
이번 책에서는 제23회 실버 센류 공모전의 입선작과 응모작 여든여덟 수가 수록됐다. 책 제목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수록된 작품 중 하나를 가져왔다. 물론 전작보다 더 큰 웃음과 찡한 감동을 장착했다. 다만 (이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번역이라는 특수 과정을 거치면서 5·7·5조의 음율을 느낄 수 없게 된 점은 조금 아쉽다. 작은 폰트의 활자로나마 원문도 함께 수록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결국 일본어 가능자만을 위한 제한된 배려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따로 출판사로 건의하지는 않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해 원문을 검색해보지만, 검색불능자인 나로선 원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마나 전작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의 원문이 있기에 인용해본다. ‘年上が(토시우에가)/タイプだけれど (타이프다케레도)/もういない(모우이나이)’. 해석하면 이렇다. ‘연상이/내 취향인데/이젠 없어’. 캬~ 연상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썩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보면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만, 웃으며 공감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나도 나이가 든 것인가’라는 슬픈(?) 생각이 밀려올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하자. (사)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포푸라샤 편집부 지음/이지수 옮김/포레스트북스/128쪽/1만 33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