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새로운 것 즐겁게 안 배우면 K할매가 아니지
■인생2막, 고수들의 인생작법/고영삼
환갑(還甲)은 한 갑자(甲子)가 한 바퀴 돌았다는 뜻이다. 이제 운이 나쁘면(?) 120까지 살아야 할지도 모르기에, 60의 나이 환갑은 반환점이다. <인생2막, 고수들의 인생작법>은 이 시기가 잘하면 ‘혁명점’, 잘못하면 ‘단명점’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내 인생의 혁명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50대 중반부터 다가오는 인생의 통합기를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인 저자가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수소문한 뒤 찾아갔다. 해외은행장에서 맨발걷기 전도사로, 교수에서 셰프로, 직장인에서 독서선동가로, 방송국 PD에서 비영리 평생교육기관 학숙장으로 변신해 인생 후반부를 꾸려가는 사람들 26명을 만났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들이 직접 겪은 인생2막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은퇴를 앞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참고해야 할 좋은 선례가 된다.
주옥같은 내용 중에서도 특히 장삼이사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다. 평균 연령 85세의 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편에는 K할매가 등장한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살고 있는 이들은 지금도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을 무대로 공연을 한다. 지난해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랩을 해서, 특히 부산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들 할머니들은 뒤늦게 한글을 배워 그 유명한 ‘칠곡할매글꼴’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병을 이겨내며 랩을 했던 서무석 할머니가 별세하고 말았다. 남은 래퍼 할머니들은 슬픔을 이기고 장례식장에서 “무석이가 빠지면 랩이 아니지”라는 랩을 하며 추모공연을 했다. 칠곡할매들의 인생2막 힌트는 ‘건강을 챙겨라. 새로운 것 즐겁게 배워라. 가족을 화목하게 하자’이다. 인생 별 거 없지만, 생각보다 길다. 고영삼 지음/호밀밭/304쪽/1만 8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