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쪽 여야의정협, 민주당·의협·전공의 전향적 참여를
협의체 출범 “국민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의정 대타협 없으면 환자 고통 해 넘길 것
의료개혁과 의정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출범했다.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국민의힘 이만희·김성원·한지아 의원,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늦었지만 의미 있는 출발이라며 연말 안에 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결의를 모았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이고 의정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 불참 속에 1차 회의가 진행됐다. ‘여야의정’이 아니라 ‘여의정’의 반쪽 출범이 된 것이다. 의료계 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갈려 협의체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의료개혁 문제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타협점을 찾아 국민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매주 전체 회의와 소위원회 회의 등 2차례 회의를 열고 의료계 요청 사항인 사직 전공의 복귀 및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는 것이다. 의대 정시 선발을 앞둔 의대 정원 문제와 전공의 복귀 명분 등 다양한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오갔다는 게 참석자 전언이다. 의정갈등이 교착 상태인데 대화 물꼬를 튼 자체는 의미 있다는 평가다. 의료계 유일의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강성 회장 탄핵과 비대위 전환도 의협의 참여 기대감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강하게 버티고 야당마저 협의체 참여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결과물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날 SNS에 협의체 출범 기사를 공유하며 “무의미하다”고 혹평했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등 기존 요구안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태세다. 의협의 비대위 전환도 오히려 강성 기조를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단체의 참여를 협의체 참여 전제 조건으로 내건 민주당의 태도는 의료계 강성 기류를 더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서로 간에 기존 입장만 고수하는 태도로는 의정갈등 해결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 파행이 9개월째다. 모두가 민생을 이야기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료 정상화만큼 화급을 다투는 민생 현안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제때 수술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이 있다. 협의체가 힘들게 출항한 만큼 야당과 의협, 전공의도 전향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이야말로 협의체 실효성 운운하지 말고 의정갈등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한 게 민주당이다. 이제 협의체 말고는 의료 대란을 막을 대안도 마땅히 없다. 해를 넘겨서까지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길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