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1층 차지한 전기차... 안전vs주민 불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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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시 지하 1층 안전하다지만
일반 차는 지하까지 내려가서 주차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 상용화 필요

주로 지하 1층에 지어지는 전기차 주차장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주로 지하 1층에 지어지는 전기차 주차장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이용이 늘어나면서 주차장 설치 위치가 화두(부산일보 6월 27일 자 8면 보도)에 오른 가운데 주로 지하 1층에 지어지는 전기차 주차장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있지만 일부 주민들은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전기차 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사업장 20곳 중 지하 주차장 1층에 전기차 주차장을 몰아 지은 곳은 11곳으로 반 이상이다.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신축 공동 주택은 주차 대수 5% 이상, 2022년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2% 이상 범위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아파트 전기차 주차장 위치는 부산시 심의를 통과할 때 결정된다. 21층 이상 아파트는 사업 시행자의 통합 심의 신청에 따라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심의 전 관련 기관과 부서, 심사위원 의견을 듣는다.

이때 소방 당국은 전기차 주차장 위치를 사전 검토하고 지상 주차장이 없는 경우 지하 1층에 설치하라고 권고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도면을 보고 전기차 주차·충전 구역을 왜 여기로 정했는지 물어본 후 권고사항을 안내한다”며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지하 1층 출입구 가까운 곳에 설치하면 좋다고 권고한다”고 말했다.

화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지상과 가까울수록 소방차나 이동식 수조 설비 등 전기차 화재 진압에 필요한 소화 시설 통행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 깊이 주차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 장비 진입 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반면 입주민들 사이에선 선호도가 높은 지하 주차장 1층 입구 쪽 자리를 전기차가 모두 차지해 일상생활에서 상대적 불평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승용차 운전자는 해당 위치에 주차하고 싶더라도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 사용이 불가해 지하까지 내려가야 한다.

건설사와 시공사도 주민 편의를 위해 전기차 주차장 분산 설치를 바란다. 소방설계업체 ㈜광명토탈엔지니어링 강승모 본부장은 “시공사는 하자보수 기간에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시정해야 한다”며 “돈을 들여서 소방 권고사항대로 지하 1층에 전기차 주차장을 설치했는데 오히려 민원을 받고 시정 방안도 마땅치 않으니 난감하다는 게 시공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 개발 과도기에 지어지는 건물들만 기형적으로 지하 1층에 전기차 주차장이 몰려 설치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 위치로 진압 장비를 이동시킨 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하는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시스템’이 개발됐지만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간편히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 주차장 위치를 둘러싼 갈등도 잦아들게 된다”며 “다만 상용화에 이르기까진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는 과도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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