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날벼락 맞을라… ‘위험천만’ 에어컨 실외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5월 부산 남구 오피스텔
실외기 2대 추락 위기 긴급 조치
남구에만 388세대 외벽에 설치

지난 5월 부산 남구 대연동 A오피스텔 외벽에 달린 실외기가 추락할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실외기가 매달려 있는 모습. 부산 남구청 제공 지난 5월 부산 남구 대연동 A오피스텔 외벽에 달린 실외기가 추락할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실외기가 매달려 있는 모습. 부산 남구청 제공

건물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일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여전히 실외기 외부 설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실외기와 외벽을 연결하는 장치 마모로 실외기가 추락할 뻔한 일도 벌어졌다. 사고가 난 후 해당 지자체에서 관내 전수 조사를 해 보니 400세대 가까이 유사한 형태로 실외기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산 남구청은 지난 5월 22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남구 관내 공동주택 실외기 현황에 대해 긴급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구청 측은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고정하는 장치 마모 상태와 실외기 추락 가능성 등을 점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실외기 관련 신고 때문에 이뤄졌다. 지난 5월 7일 남구 A오피스텔 외벽에 달린 실외기 2대가 추락할 것 같다는 신고가 부산재난소방본부에 접수됐다. 당시 이 오피스텔 2개 층 난간이 파손됐는데 난간과 연결된 실외기도 곧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매달려 있게 됐다. 소방 당국은 추락 방지 조치를 한 후 남구청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

남구청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실외기가 달린 난간과 외벽을 잇는 연결 장치 마모 탓에 벌어졌다. 연결 장치는 알루미늄 소재였는데 여러 이유로 금이 가면서 아예 파손돼 버렸다. 문제의 실외기와 거치대는 2016년에 부착됐는데, 그동안 마모가 진행돼 온 것 같다는 게 남구청 설명이었다.

후속 조치에 나선 남구청이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남구 내 388세대가 A오피스텔과 유사한 방식으로 실외기와 난간이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 이외에도 부산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형태의 실외기 외부 설치가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남구청은 추후 각 건물 소유주에게 보강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해당 건물들에 대해 실외기와 난간 마모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다만 실외기를 건물 외벽에 부착하는 행위에 대해서 일일이 추적해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실외기 설치 공간이 마련된 공동주택의 경우 외부 돌출물 설치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세대수가 적은 빌라나 오피스텔에서는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 실외기를 외부에 설치하는 경우가 흔하다.

남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현행법상 실외기 외부 설치는 불법이어서 준공 검사 시 점검도 이뤄진다”며 “준공 검사 후 건물 소유주가 임의로 설치하는 것까지는 지자체가 관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