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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영장 기각, 추석 민심에 귀 기울일 때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로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2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현동 개발 특혜와 대북송금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은 무죄가 아니라, 재판에 가서 유무죄를 밝히라는 의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2년 가까이 먼지 털이식 수사를 했는데도 구속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작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 대표와 주변을 향한 수사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해 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야 대치 정국은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는 감정적인 반응부터가 심상찮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이처럼 공격하는 태도는 전혀 집권 여당답지 못하다. 민주당은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한 것이 입증됐다며 내각 총사퇴를 통한 국정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기국회에서도 쟁점 법안 처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진영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극단적인 대결 정치에 국민들은 지쳐 간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무섭게 오른 물가 때문에 고민이 많다. 추석 차례상 준비부터 자고 나면 오르는 기름값까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판단이 법원으로 넘어갔으니, 여야는 국회의 시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위기에 빠진 민생을 돌보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 대표도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가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이다. 추석 민심에 귀 기울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 주길 기대한다.
[사설] ‘신체 위험’ 부산 사회복지사, 처우도 바닥이라니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부산이지만, 복지 체계 유지의 핵심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어서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인력 부족으로 시간외 근무가 불가피한 데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함은 물론 심지어 근무 중 신체적인 위험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수당이나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의 심리 또는 노무 상담 신청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사들이 자기 일에 대해 자긍심은커녕 보람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복지 체계 유지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복지사들이 근무 중 시설 이용자로부터 폭행 외에 성추행의 피해까지 보는 사례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성 복지사들은 야간 근무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다고 호소한다.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밤낮 가리지 않고 문자, 전화폭탄을 퍼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심리 또는 노무 상담의 신청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엔 23명이던 신청자 수가 작년엔 100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7월까지 벌써 70명 넘게 도움을 청했다. 신체적 위험이나 성적 피해를 경험한 복지사도 2016년보다 4~5배나 늘었다니, 이대로 둘 일이 아니다. 현장의 복지사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근무가 힘들면 처우라도 좋아야 하는데, 부산의 현실은 ‘노동 착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당 수준이 전국 최하위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시간외 근무가 필수적이지만, 인정된 월 시간외수당은 단 2시간이다. 이외 매월 56시간가량은 무임금 노동이다. 금액으론 연간 448억 원이다. 시가 복지사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셈이나 다름없다. 박형준 시장이 작년 처우 개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2024년까지 20시간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관련 예산 반영은 올해에도 없었고, 내년에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행 사회복지 체계가 아무리 촘촘해도 현장 종사자들의 희생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현장의 복지는 그 속성상 시설 이용자와 복지사 간 인간적인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사들이 자기 일에 소명감을 갖지 않는다면 단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복지만 횡행하게 된다. 시가 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만큼 합당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예산 문제를 들어 또 핑계로 삼는 것은 군색한 변명이다. 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자에도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위해서라도 시가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사설] 벤처펀드 기반 '될성부른 창업' 집중 지원 나서야
부산시가 글로벌 창업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창업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26일 박형준 시장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갖고 아시아 10대 창업 도시를 위한 부산형 창업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해 혁신 거점을 확충하고 미래 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하며 부산창업청 설립을 통해 강력하고 일관된 창업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지속적 창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니콘기업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아 정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의 창업 정책 전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형 창업의 핵심은 그동안 소규모 창업 지원 중심으로 이뤄져 온 정책을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스케일업을 도와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부산에서는 초기 창업에 성공해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는데 이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 공간도 소규모 입주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민관이 함께 연결하는 거점 인프라인 복합글로벌허브 조성으로 전환해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 산업은행, 부산은행이 참여하는 1000억 원 규모 ‘부산 미래 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모펀드를 기반으로 2500억 원 규모 자펀드도 조성해 될 만한 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효과다. 시가 창업 도시 육성에 나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민선 지자체 출범 때마다 창업 공간을 새로 만들고 각종 창업 정책도 내놓았지만 창업 생태계 조성은 늘 꿈 같은 일이었다. 창업 공간을 열어도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이 없으니 파리만 날리고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젊은 인재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만 반복됐다.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3’에 거는 기대도 이 때문이다.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나아가 아시아 청년들과 투자사들이 부산으로 몰려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산의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해서도 창업 활성화는 절박한 과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부산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에서 보듯이 나눠 주기식 파편적 정책으로는 어렵다. 이미 세계 도시들은 스타트업을 위해 금융, 교육, 주거, 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타운을 만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창업허브 ‘스페이스 K’ 부산 유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창업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서는 부산창업청 설립도 시급한 과제다.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이 결국,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꾸며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AG, 쎄쎄쎄, 추석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재미난 장면이 포착됐다. 26일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맞붙은 세팍타크로 경기. 선취점을 따낸 남자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양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다. 영판 우리 아이들 놀이 ‘쎄쎄쎄’가 아닌가. 한국 팀만 그런 게 아니고 이 종목에 출전한 다른 나라 선수들도 그랬다. 점수를 따거나 결의를 다질 때마다 유사한 세리모니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공중 발차기 기술은 마치 소림무술처럼 화려하지만, 이 제스처만큼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문득 어린 시절의 놀이 ‘쎄쎄쎄’를 떠올려 본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즐겼던 듯한데,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손바닥과 손등을 부딪치며 구호와 장단을 맞춘다. ‘아침 바람 찬 바람에’로 시작해 ‘가위바위보’로 끝나는 노래와 함께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이긴 사람은 그 뒷덜미에 손끝 하나를 짚었다. 그러곤 “어느 손가락인지 맞혀 봐” 하고 깔깔거렸던 기억. 한국인 귀에 익숙한 이 노래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2020년 한국민속학회는 ‘쎄쎄쎄’ 놀이가 일본의 손뼉치기 놀이에서 부르는 노래와 선율적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했다.‘쎄쎄쎄’가 각종 노래나 놀이를 시작할 때 장단을 맞추려는 자연발생적 언어가 아닐까 하는 반론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소리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유사한 놀이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앞부분이 일본말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쎄쎄쎄’는 물론 고무줄놀이와 비석치기는 아프리카·남미에서도 발견된다. 문화의 전파가 쉽지 않은 대륙 사이에서 어째서 이런 현상이 나올까. 문화는 상호침투를 기본 속성으로 한다. 아주 옛날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문화는 서로 섞이고 얽혔을 것이다.여하튼 내일은 추석이다. 우리 조상들은 윷놀이, 제기차기, 강강술래, 줄다리기 등을 하며 명절을 즐겼다. 전통 놀이가 현대에도 능히 통할 국제적 콘텐츠라는 건 이미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증명된 바 있다. 때마침 부산 곳곳에서 윷놀이, 투호, 제기차기, 딱지치기 같은 다양한 민속놀이 체험 행사가 열린다. 부산과학관, 부산종합버스터미널, 정관박물관, 송도해상케이블카 스카이파크 광장, 기장 롯데월드 등등. 모처럼의 황금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 기회다. 아참, 항저우 AG에서 선전 중인 한국 대표팀 경기도 연휴 내내 펼쳐진다. 〈부산일보〉 독자님들, 복된 한가위 맞으시길.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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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번 추석엔 '감사 인사 챌린지' 어때요?
미국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때 아닌 소송에 휘말렸다. 최근 미국에서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표적으로 한 차량 절도가 급증하고 있고, 도난 차량을 이용한 2차 범죄와 난폭 운전, 교통 사망사고 등 관련 폐해도 만연하다고 한다. 현대·기아차 구형 모델에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해당 도난 방지장치의 설치는 의무 사항은 아니어서 2021년 11월 이전 생산된 현대·기아차량에는 이 장치가 없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현대·기아 차량을 훔치고 이를 인증하는 동영상을 틱톡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속칭 '현대·기아차 챌린지'가 유행했고, 미국 10대들 사이에 모방 범죄가 급증했다. 이에 뉴욕, 클리블랜드 등 미국 내 17개 시 당국은 도난 방지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이 같은 범죄를 조장 내지는 방치했다며 지난 6월 현대·기아차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들이 차량을 훔친 범죄자나 범죄 예방에 실패한 치안당국 대신 제품을 만든 한국 기업에 엉뚱하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인데, 정작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집 현관에 배달된 택배가 도난당하면 아마존을 비난하느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범죄나 친구 괴롭히기, 자해 같은 각종 반사회적 행위가 SNS를 기반으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10대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유럽에서는 얼굴을 꼬집어서 일부러 흉터를 만들어 프랑스 폭력배의 거친 모습을 따라하는 자해 행위가 ‘프렌치 흉터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다. 위험천만한 ‘기절놀이’도 ‘블랙아웃(의식 상실) 챌린지’라는 명칭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환각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거나 숨을 참는 것인데 올해 1월 아르헨티나의 12세 소녀가 틱톡 라이브 영상을 켜놓고 이 챌린지에 나섰다가 숨지는 등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20명의 청소년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새삼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교권 침해 문제도 ‘SNS 챌린지’에 올라타면 최악의 양상으로 치닫는다. 미국에서는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다짜고짜 교사를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장면을 틱톡에 올리는 이른바 ‘선생님 때리기 챌린지’까지 유행하며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오죽하면 지난 7월 200곳에 달하는 미국의 지역 교육청들이 SNS가 교내 질서를 무너뜨리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며 틱톡과 페이스북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세계 최고 스마트폰 보급률에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이 같은 ‘막장 챌린지’가 위험 수위로 치닫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전세계적인 K팝 열풍을 타고 K팝 안무 동작을 따라하는 ‘댄스 챌린지’가 초등학생과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탕후루 ASMR’ 같은 먹방 챌린지도 음식의 종류를 바꿔가며 꾸준한 인기다. 부모들 입장에서야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과 무비판적 유행 따라하기가 우려스럽겠지만, 그래도 자녀들이 반사회적 콘텐츠에 탐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유례없는 6일 간의 긴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추석에는 둥근 보름달처럼 밝고 넉넉한 마음으로 소중한 가족이나 평소 고마웠던 이웃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챌린지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방’을 찍어보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랜덤 댄스 챌린지’에 도전해 카톡 친구들과 공유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평소 고생하시는 경비원 어르신에게 작은 명절 선물을 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공익광고 같은 관 주도 캠페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나 유튜버 스타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먼저 판을 깔고 팬들이 호응하면 소소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트렌디한 챌린지가 이어질 듯도 하다. 부모들도 이번 연휴동안만은 반목과 혐오를 부추기는 극단적 정치 유튜브는 좀 멀리하고, 영상 챌린지로 자녀 세대와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경제학에 ‘악화(실질적인 가치가 낮은 저질의 돈)가 양화(좋은 돈)를 구축한다’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악화를 발본색원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양화를 지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이다. 나쁜 콘텐츠는 좋은 콘텐츠로 막아야 한다.
[중앙로365] 수도권-비수도권 갈등이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광주의 한 언론인을 만나 박지원 전 의원의 총선 출마를 놓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박 전 의원의 나이는 올해 81세. 나이가 전부는 아니라지만 3김 시대부터 정치를 해 온 ‘올드보이’의 귀환에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들 사이에서는 박 전 의원의 출마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역을 대표해 목소리 내 줄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광주의 현역의원 군은 송갑석 의원(서구갑)을 제외하면 모두가 초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는 그들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중앙 정치에 휩쓸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초선 무능론’이 팔순 넘은 원로 정치인을 다시 소환하게 한 것이다. 사실 국회에서 지역 이슈가 실종된 건 의원 개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구조적 문제도 크다. 수도권 비중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3:1이었던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2:1로 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의 인구수가 가장 적은 선거구 인구수의 2배를 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마침 각종 뉴타운과 신도시가 완성되며 수도권 인구가 증가했다. 동탄신도시로 유명한 경기도 화성시는 2010년 50만 명을 넘긴 인구가 올해 100만 명 진입을 바라보는 상황이 됐을 정도다. 인구가 늘어나니 자연스레 의석도 증가 압력을 받는다. 지역구 전체 의석이 늘지 않는 한 수도권 의석이 증가하는 만큼 비수도권 의석은 축소된다. 표의 등가성이라는 원리 앞에 지역 정치인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의원들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자기 지역의 대리인을 자처한다. 그들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 주길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본인 지역구를 챙기는 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생각하면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정부가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라치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결사반대에 나선다. 지역에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에는 예산 낭비 프레임이 따라붙는다. 부실한 준비로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새만금 잼버리 사태 이후 기다렸다는 듯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예산 낭비 목소리가 제기된 게 그런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물론 예산은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지역 예산을 경제성과 효율성의 잣대로만 측정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어서고 덩달아 무당층의 중요성도 증가하면서 각 정당은 수도권 민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럴수록 비수도권 지역의 요구는 뒷전으로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비수도권 정책에 대한 수도권의 견제, 그에 따른 대립의 심화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조귀동 작가의 신작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직면할 갈등을 이탈리아의 사례에 비추어 예견한다. 그는 이탈리아 우파 포퓰리즘 정당 북부동맹(LN)의 성공 배경에는 지역 간 격차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지역민들의 불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탈리아의 산업은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아를 비롯한 북부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남부는 산업 배치에서 소외돼 있고 그만큼 재정자립도도 낮다. 일례로 북부동맹이 성장하던 1992년, 이탈리아의 주 가운데 세금과 사회보장료를 지출보다 더 거둔 곳은 롬바르디아와 라치오(로마)를 포함한 네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지역은 이들이 거둔 세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북부에서는 노동자와 중하위 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왜 우리 세금을 다른 지역과 나눠 쓰느냐는 것이다. 북부동맹은 이런 분노를 잘 조직해 1987년 1석에 불과했던 의석을 7년 만에 118석으로 늘렸다. 수도권으로 사람과 기업이 몰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소위 ‘잘나가는’ 이들 지역은 많은 인구와 넉넉한 세수를 바탕으로 중앙 정치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비수도권 지역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지금까지의 지역 갈등이 영호남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갈등이었다면 앞으로의 지역 갈등은 경제력 차이에 기반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그때 우리 정치는 수도권 표심이라는 커다란 이익을 버리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선택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하고서는 지역소멸과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다양한 장르의 혼종, '천박사 퇴마 연구소'
아무리 미신이라 입에 거품을 물고 말해도, 어머니는 한 귀로 듣고 또 한 귀로 흘렸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그곳으로 향했다. 새해에는 신년이라고, 가족 중 누가 아프면 괜히 일이 생길까 노파심에 찾았다. 그곳에서 받아온 부적을 지갑에 넣어두라는 어머니에게 구시렁거리면서도 나는 해마다 그걸 고이 접어 보관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역사는 오래전부터 의학이나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문제를 샤머니즘에 기대어 온 건 아닌가 싶다. 그게 어디 우리뿐인가. 이탈리아 감독인 비토리아 데 시카의 영화 ‘자전거 도둑’에서도 주인공이 생계를 위해 꼭 필요한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결국 점집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천박사 퇴마연구소:설경의 비밀’도 한국인이라면 낯설지 않은 무속신앙과 결합해 한 편의 판타지 영화를 완성한다. 영화는 무속을 믿지 않는 ‘천박사’가 가짜 퇴마의식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귀신을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딱히 신통력이 있는 것도 아닌 천박사. 그는 귀신을 부르는 건 인간의 약한 마음과 머리라고 생각하며, 파트너 ‘인배’의 기술빨과 자신의 현란한 입담, 사람을 꿰뚫어 보는 분석력과 통찰력으로 퇴마의식을 해결해 왔다. 하지만 현재 퇴마 연구소의 재정 상태는 엉망으로 당장 사무실 관리비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바로 그때 돈다발을 들고 ‘유경’이 찾아온다. 유경은 자기 집에 가서 문제를 해결해 주면 수임료를 더 주겠다는 기묘한 제안을 하고, 천박사는 바로 그 길로 인배와 유경의 집으로 향한다. 영화는 유경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유경의 사건을 쫓을수록 천박사는 이 일이 자신과 별개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밝고 유쾌해 보였던 그에게 슬픈 가족사가 숨겨져 있었으니, 천박사는 바로 대대로 마을을 지켜 온 당주집 장손이었다. 게다가 그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무당이었지만, 강력한 악귀를 봉인하다 원인 모를 죽음에 이르렀다. 이후 천박사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홀로 그 악귀를 찾고 있었다. 추석 연휴를 노린 영화에 걸맞게 가족이 함께 보기 좋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천박사 혼자 극을 이끌어 가기는 다소 부족하다. 특히 오컬트 영화를 지향하고 있기에 악의 요소도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만약 악귀 ‘범천’이 없었다면 영화는 천박사 매력에만 치우친 영화가 됐을지 모른다. 범천은 천박사의 할아버지가 목숨 걸고 쳐놓은 결계에 갇혀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신세다. 그렇다고 범천은 가만히 묶여 있지 않다. 추종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력을 모으며, 강력한 악귀로 진화하기 위해 유경을 필사적으로 뒤쫓는 면모를 보인다. 범천은 인간의 몸을 옮겨 다니며 영력을 쓰는 악귀다. 신출귀몰하고 위협적인 능력으로 ‘천박사’ 일행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특히 그가 부리는 악에 씐 사람들은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 마치 한 편의 좀비물을 보는 것도 같다. 이처럼 영화는 신점과 무당, 귀신을 가두는 부적인 ‘설경’부터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칠성검, 귀신을 감지하는 놋쇠방울, 악귀를 뒤흔드는 북소리 등 한국적 설정을 가미한 오컬트와 액션, 코미디와 판타지, 미스터리물까지 장르를 넘나들고 있어 무겁지 않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오락물이다. 웹툰 ‘빙의’가 원작인 ‘천박사’는 연출보다는 다른 데서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된 강동원의 매력, 강력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허준호, 최근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시선을 모으는 김종수가 눈길을 끈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이동휘와 이솜, 짧지만 굵은 연기로 웃음을 주는 박정민까지. ‘기생충’을 본 관객이라면 단번에 웃음을 주는 배우들 조합도 볼 수 있다. 그들의 연기 앙상블이 더해져 한층 신명 나는 굿판이 펼쳐진다.
[다른 시선으로] 흉상조차 없는 독립운동가
여성사를 전공한 나는 자료를 통해 많은 여성을 만난다. 기존 역사책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 이들이지만, 역경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현명함, 자신을 위한 삶에 안주하지 않는 헌신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곤 한다. 어느 날 일제강점기 가족 내 폭력을 다룬 신문 자료를 뒤지던 중 기막힌 사연 하나를 발견했다. 1906년 신의주에서 태어난 이 여성은 가난한 집 딸로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됐다. 노름으로 빚을 잔뜩 진 아버지는 겨우 여섯 살 딸을 팔아 빚을 갚으려 했던 파렴치한 인간이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딸은 홀로 경성으로 가 이화학당에 입학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 여성은 자유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과 중국 광둥대학에서 수학했다. 유학을 마치고 경성으로 돌아온 여성은 어머니 사후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외면하지 못해 자신의 집으로 모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동안 변한 게 없었다. 독립운동을 하던 사위가 검거되자 딸에게 이혼을 강요하며 ‘돈 많은 사람 첩으로 들어가든지 매춘부 생활을 해서라도 자신을 잘 공양’하라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칼부림까지 서슴지 않던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딸은 결국 갓난아기를 둘러업고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식민지 시기 여성들의 열악한 상황을 잘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기사의 주인공이 박호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박호진이 누구인가. 1920년대 중국 유학을 다녀온 신여성으로 사회주의 여성운동에 뛰어들어 근우회 집행위원장을 지내고 신간회에서 활동하며 지하조직인 전북공산주의자협의회 결성에도 참여한 여성 독립운동가. 근대 초 신여성이라면 그저 집안이 좋아 유학까지 다녀와 승승장구한 엘리트라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런 이도 있었다. 그러나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삶 속에서도 민족의 독립과 여성 해방을 위해 싸운 박호진의 생애는 그야말로 소외된 자의 자기해방 몸부림이 어떻게 개인을 넘어 사회구조적 해방을 위한 헌신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 준다. 홍범도 동상 철거를 두고 시끄럽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를 조금만 알아도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동상을 육사에 둘 수 없다는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사회주의는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수용할 수 있는 하나의 사상이었고, 소련은 약소국의 독립을 지원한 반제국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오늘날의 냉전적 시각으로 단죄하는 것은 난센스에 불과하다. 이런 비역사적인 발상이 횡행하는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기억해 둘 것이 있다. 여전히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흉상은커녕 서훈조차 받지 못한 채 잊혀 있다는 것을. 그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자 의무라는 점 말이다.
[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기후위기 시대, 인간이 욕망하는 지속가능한 삶이란
김효연(1986~)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역사적 과거로서 핵전쟁이 개인과 집단으로서 인간 존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끝의 종’ 프로젝트는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커미션으로 제작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전쟁의 위협이 감지되는 오늘날, 작가는 미래를 현재의 차원으로 가져오려 분투하는 인간 행위에 주목한다. 그리고 과연 인간이 욕망하는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작가는 2년 전부터 국제종자보관소 시드볼트 조사에 착수하며 작품 제작을 준비했다. 프로젝트는 두 편의 영상 작품 ‘끝의 종’ ‘썸머드라이브’(2023)와 한 점의 사진 작품 ‘자연 Ⅱ’(2022, 2023 인화)로 구성된다. ‘끝의 종’은 2채널 영상 작품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는 모든 지구 대재앙 상황을 전제하며, 몇 세기 후에도 소생될 수 있는 씨앗을 영구보존·수집한다. 인류 생존 실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상징적 기관인 시드볼트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린다. 현재 지구상에 단 두 곳, 북극 스발바르제도와 한국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건립되어 있다.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 이곳의 목표는 반입된 종자가 여러 이유로 멸종했을 경우, 이를 다시 재배하여 부활시키기 위해서이다. 영상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뿐 아니라 전쟁, 자본주의 상품 논리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감소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동시에 지구가 더 이상 인간에게 생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 결국 남겨질 이 씨앗을 누가 어떻게 대지 위에 다시 심을 것인가도 질문한다. 의미심장한 질문에는 환경·사회·정치·경제·군사적 관계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썸머드라이브’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지역 중 가장 북극에 위치한 룽이어뷔엔 마을의 도로를 주행하며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를 보여준다. 이미 급격하게 달라진 마을의 풍경이 재생되는 동안, 기온도 점차 상승한다. 자동차가 막다른 길에 멈춰 섰을 때 마을의 기온은 ‘11.6℃’에 이른다. 이는 2019년 기후학자들이 발표한 ‘스발바르 기후 2100’(2019) 보고서가 경고한 한 세기 이후 북극점의 온도이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추상적인 숫자에는 착취의 대상이었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역사가 은밀하게 감춰져 있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지구 행성을 대체할 제2의 지구, 제2의 생물권, 제2의 자연을 생산하려 시도해왔다. 여기에는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구를 언제나 버릴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욕망이 근원적으로 도사리고 있다. 김태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강병균 칼럼] 위기의식으로 '골디락스'에 힘 모을 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달 20일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했다. 3.50%인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간극이 커지지 않고 최대 2.00%포인트 차이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행 역시 내달 12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아 국내 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한동안 해소되기 때문이다. 고금리와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수많은 가계와 기업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 기준금리 동결은 올 들어 두 번째로, 지난 6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10차례나 기준금리가 올라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고공행진 추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미 정부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로 연말께 금리가 다시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번 동결은 경제 여건의 개선에 따른 활황세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 연준도 자국 경제에 대해 ‘견고한 경제 활동, 견조한 일자리 창출, 낮은 수준의 실업률’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두드러진 호조세를 보인다. 경기가 식을 줄 모르고 호황을 이어 가자 취업이 급증해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지표의 안정세가 뚜렷하다. 물가 상승률도 크게 하락하고, 앞으로 상승폭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미 정부가 기울이는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키운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마저 잇따른다. 골디락스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일컫는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금발 소녀의 이름에서 따온 경제용어다. 길을 잃어 숲속을 헤매던 골디락스는 우연히 만난 곰들이 끓여 준 세 가지 죽-뜨거운 것, 차가운 것, 미지근한 것 중 미지근한 죽으로 허기를 채우고 기뻐한다는 게 동화 속 얘기다. 이같이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인플레이션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호황 상태가 골디락스다. 미국 경제에 엿보이는 ‘고성장·저물가’의 모습이 부럽다. 오랜 경기 둔화와 저성장으로 1%대 저성장의 고착화가 우려되는 우리 사정과 대조적이어서다. 정부가 예측한 2023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겨우 1.4%다. 이미 수출 부진과 중국 경제 둔화세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경제 성장률은 0.9%에 그쳤다. 이대로 가면 성장률이 정부 예측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JP모건, HSBC 등 해외 8개 투자은행이 내놓은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에 불과하다. 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1%대에 머무는 건 사상 처음이자 만성적인 ‘초저성장’의 늪에 빠진다는 의미라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는 불가능에 가깝지 싶다. 민생과 직결된 물가도 진작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갈등 여파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바람에 거의 모든 물건값과 음식비, 공공요금이 크게 올랐다. 정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으나 각종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더욱이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과 식재료, 생필품 등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해 지갑이 얇은 서민층의 삶을 더욱 옥죈다. 체감 물가가 3%대인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월등히 높아 국민의 시름은 깊어지고 내수 진작이 힘들 수밖에 없다. 경제난의 그림자가 매우 짙게 드리워져 있는데도 경기 회복을 위한 정치권의 별다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가계, 중소기업, 정부 모두 빚에 허덕일 만큼 경제 위기가 심각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위기의식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상대방을 향한 적개심에 가득 차 격렬한 정쟁과 감정적인 이념 전쟁에 매달리면서 국회를 공전시킨다. 나라꼴이 어찌되든 정치적 이득만 취하려는 투여서 경제와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까닭에 국내 금리의 추가 인상 요인이 상존한 데다 또다시 국제 유가가 치솟아 국가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극심한 민생고를 방치한다는 거센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라도 여야가 하루빨리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실종된 정치를 복원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경제 위기를 외면할 경우 정당성과 공당 자격이 없어 퇴출돼야 마땅하다. 여야는 다가온 추석 민심을 제대로 읽어 경제 살리기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최우선하고, 여기에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골디락스를 향해 합심하며 협치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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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새 원내수석부대표에 재선 박주민 의원
윤석열 “한일 관계 더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
이재명 구속 영장 기각…법원 “구속 필요성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재명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국민의힘 “뜬금없다”
부산 앞바다 ‘대마도 핵폐기장’ 운명, 27일 첫 분수령
이재명 '국민 희망 되겠다'…국민의힘 '사죄하고 자중해야'
월북했다 추방된 킹 이병, 미국 도착… 징계 수위 관심
이재명 영장 기각… 민주, 외연 넓어질까 좁아질까
국민의힘, 이재명 영장 기각에 '궤변 같은 결정' 격앙
박근혜 전 대통령 '제 불찰 국민께 사과'…출마설 친박계엔 '과거 인연'
‘쿠데타 옹호’ 신원식 “사과한다”
추석 명절 ‘먹통 대란’ 신한카드 사태…자정 무렵부터 차츰 정상화(종합)
“광안대교 뷰 돈 된다” 남천 뉴비치, 인근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부산·서울서 열리는 ‘롤드컵’ 주제곡 주인공은 ‘뉴진스’
신한카드 결제 ‘먹통’ 왜?… 복구 시점은 언제
하이볼 열풍에 위스키 수입 40% ‘급증’…역대 최대 전망
“추석 연휴 부산서 제로페이 쓰고 10% 돌려받자”
세입자 울리는 ‘전세사기’…서울 강서·부천서 집중 발생
‘늘어난 혼추족’…편의점 간편식 매출 증가 추세
간편결제 ‘일상화 시대’…억대 자동차·명품시계도 산다
부산에 비수도권 최대 규모 벤처 펀드
부산 주택 인허가 물량 급감 2년 뒤 공급 어쩌나
美, 3억달러 미만 반도체 소재·장비투자에 10% 인센티브…“지원기준·절차 일부 완화”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30일 토요일(음 8월 16일)
한가위 가족 나들이, ‘놀이터 천국’ 밀양으로 가 볼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29일 금요일(음 8월 15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1일 일요일(음 8월 17일)
10월은 ‘문화의 달’…전국 각지서 문화행사 열린다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2일 월요일(음 8월 18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0월 3일 화요일(음 8월 19일)
‘1947 보스톤’ 임시완 “대본 받고 가슴 뭉클, 이 작품 세상에 나와 기뻐요”
[볼만한TV프로그램] ‘아시아 청년, 편견의 벽을 넘어’ (SBS 29일 오전 8시 45분)
[볼만한TV프로그램] ‘그레이트 김호중’ (TV조선 28일 오후 10시)
[볼만한TV프로그램] '김연자-진성 한가위 빅쇼' (KBS2 29일 오후 8시 40분 )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28일 목요일(음 8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