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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정쟁 격화… 민생경제 회복·의정갈등 수습 급선무
추석 연휴가 끝나고 22대 첫 정기국회의 막이 올랐지만 여야 간 충돌로 파행을 빚었다. 야당이 ‘김여사특검법’ ‘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이른바 3대 쟁점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여당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면서 정쟁이 격화한 것이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 현장이 붕괴 직전이고 경기 침체 공포가 확산하면서 민생 국회에 대한 국민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데 결국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야당의 입법 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공식이 반복되는 대치 정국이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일상 복귀 첫날부터 쟁점 법안 강행을 둘러싸고 여야가 상호 비방전에 나서면서 협치에 대한 기대는 더 멀어졌다. 국회는 19일 채상병특검법과 김여사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채상병특검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벌써 세 번째다. 이들 법안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놓고 국민의힘이 ‘국정을 훼방하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했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골자로 한 지역화폐법도 야당 주도하에 처리됐다. 국민의힘이 이날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키로 하는 등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 악순환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다음 달로 예정된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안 처리 등을 두고 경색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추석 연휴 직후부터 충돌하는 국회 모습에 국민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담을 갖고 협치를 공언한 게 불과 보름 전이다. 첫 합의안인 ‘민생 공통공약 추진 협의기구’는 출발조차 못 하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금융투자소득세 등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논의도 진전이 없다. 정부와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국정 수행 국민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특검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강행 처리만 고집하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 2기 체제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됐지만 민생을 살릴 구체적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응급의료 붕괴 우려 속에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추석 연휴를 보냈다.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고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진다는 게 추석 민심이었다. 민생이 이 지경인데도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내심도 이제 바닥이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충돌하는 국회 모습은 이런 추석 민심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당장 국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의정갈등부터 해결해야 할 일이다. 당정이 머리를 맞대고 야당과도 힘을 모아야 한다. 마침 윤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갖고 의료개혁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한다고 하니 의료 대란을 끝낼 구체적 방도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설] 미 금리 '빅컷', 국내 수도권 집값·가계부채 완화가 관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을 뛰어넘는 ‘빅컷’을 단행했다. 미 연준은 18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내려 4.75∼5.00%로 조정하면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시대’를 열었다. 팬데믹 이후 금리가 인상된 시점부터 따지면 30개월, 최고 수준에서 동결된 때로부터 따지면 14개월 만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낮춰 2.0%로 전망했다. 미국의 고용 증가폭은 5개월 연속 내림세다.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연말 실업률 전망치도 4.0%에서 4.4%로 올렸다. 연준은 이번 빅컷을 통해 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회복과 고용 안정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경기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 경기와 고용을 살려야 한다는 시장의 논리가 연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연준은 11월, 12월 두 번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 이상 ‘빅컷’을 포함해 연말까지 0.5%포인트, 내년 말까지 1.6%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영국·캐나다에 이어 미국까지 금리를 인하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세계 금리 및 통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미국이 빅컷을 통해 긴축 기조를 해제하면서 1년 7개월째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 수도권 집값과 가계 빚 등으로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 가계대출이 9.8조 원 늘어나고 수도권 집값이 극도로 불안한 상태이다. 섣불리 미국을 따라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이 다시 급등하고, 가계부채를 더 늘려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대다수 위원이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어 무턱대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및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으면 10월에도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대처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한 한국 경제 현실에서 금리 인하와 내수 진작을 통한 성장률 회복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과 고금리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지만, 기준금리를 내리면 가계대출을 더 자극하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 폭등은 내수를 침체시켜 성장률까지 갉아먹게 된다. 정부는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에 대응하기에 앞서 가계부채 폭증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 현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모든 경우에 대비해 국민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사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신속 처리, 초당적 협력하라
부산의 경제 발전과 세계적인 도시 성장을 위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특별법’(글로벌특별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별법은 이르면 내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 1소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1소위 위원장은 부산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으로, 그는 글로벌특별법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을 약속할 정도로 협조적이다. 지역 정치권뿐만 아니라 부산시, 상공계, 시민사회도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100만 서명 운동과 여야 공동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뜻으로 특별법 통과 여론 조성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국회 상황과 주변 분위기는 좋다. 이번 정기국회가 글로벌특별법 통과의 기회인 셈이다. 글로벌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가 국회 종료로 아쉽게 폐기됐다. 제22대 국회 개원 직후 부산의 여야 국회의원 전체 18명이 공동으로 참여한 여야 1호 법안으로 재발의됐다.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법안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공감한 것이다. 부산 여야 의원들은 최근 SNS를 통해 ‘글로벌특별법 입법 촉구 서명 인증샷’ 챌린지에 동참할 정도로 법 제정에 적극적이다. 정부 역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이견이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글로벌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해 행안부가 꼼꼼히 준비하겠다”며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여야 간 공감대를 쌓아온 만큼, 특별법을 신속 처리해야 한다. 글로벌특별법 제정에 대한 지역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 상공계도 정치권과 함께 시민의 뜻을 한데 모아 추진력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부산상공회의소 주관으로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 출범식을 열었을 정도다. 이달 초에는 22대 여야 1호 법안으로 글로벌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던 이헌승·전재수 의원, 행안위 소속 이성권·정동만·조승환 의원, 부산 시민단체가 글로벌특별법 입법 촉구 국회 여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부산 시민, 지역 정치권은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의 홍보 전도사가 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이런 열망을 담아 이번에는 기필코 입법화시켜야 한다. 글로벌특별법은 국가발전 방향에서 필수적인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은 부산의 숙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 여야 국회도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주의로 인해 한계에 봉착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가 경영전략이다. 여야 정치권의 다른 정쟁 상황 탓에 미뤄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법안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중앙당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역 정치권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 내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민간인 첫 우주유영
우주유영(spacewalk)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인류는 1965년 3월 18일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이날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세계 최초로 우주유영을 수행하며, 우주선과 연결된 짧은 줄에 의지해 약 10분간 우주를 떠다녔다. 같은 해 6월 3일에는 에드워드 화이트가 미국인 최초로 우주유영을 했다.1984년 7월 25일에는 옛 소련의 스베틀라나 사비츠카야가 여성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우주유영을 한 우주비행사는 러시아의 아나톨리 솔로비예프로, 16차례 우주유영에서 82시간 이상을 우주에서 보냈다.우주탐사에 있어 우주유영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우주유영을 수행하는 우주비행사는 극한의 온도, 방사선, 소행성 등 우주의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다. 한 러시아 우주인은 우주유영을 “구멍 뚫린 북극 얼음판 아래 물속 유영과도 같은 위험한 짓”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래서 로봇 팔이나 안전줄, 혹은 로켓추진장치를 이용한 기동장치 등을 이용해 이런 위험에 대비한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유영에 나서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들은 우주 공간에서 인간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적 실험은 물론이고 새로운 장비들에 대한 테스트, 위성과 우주선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최근 미국 기업 스페이스X는 민간인 우주유영 프로젝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을 이끄는 재러드 아이작먼과 세라 길리스가 우주유영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최초 우주유영 이후, 약 60년 만에 민간인이 처음으로 우주유영에 성공한 사례다. 그동안 모든 우주유영은 정부기관 소속 우주비행사들에 의해 수행됐다. 아이작먼은 우주선을 벗어나 10분 남짓 우주 공간을 떠다닌 뒤 우주선으로 돌아왔다.이번 임무 성공은 향후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과 우주 관광 범위가 우주유영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는 실용급 위성을 발사하는 능력을 갖춘 일곱 번째 국가지만, 민간 주도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는 한참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우주여행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저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형편이다. 폴라리스 던의 성공이 우리나라 우주 개발에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논설실장
강병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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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섭
강윤경
김승일
김건수
임광명
정달식
[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폭염 추석이 던진 경고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 한가위가 아니라 한더위!” 며칠 전 추석 명절을 두고 세간에서 한탄조로 나온 말이다. 그만큼 더웠다. 연휴 내내 열대야와 함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올여름 유례없는 더위에 사람들은 놀랐는데, 추석에까지, 아니 추석 이후에도 계속되는 폭염에 더 경악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종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런 시대에 아기를 낳는 건 죄악”이라는 젊은이들의 푸념이 푸념이 아니라 절규임을 깨닫게 된다. 예언이든 경고이든 인류에게 경각심을 촉구하는 소리는 오래전부터 들렸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논란이 그중 하나다. 지질학적으로 현세는 충적세(沖積世, Holocene)다. 마지막 빙하기로부터 지금까지 1만 7000여 년 동안의 시기로,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은, 사람이 살기에 딱 좋은 기후 덕에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지구가 변하고 있다. 아니, 이미 변했다. 무엇보다 기후가 옛날과 확연히 다르다. 비가 내리면 걷잡을 수 없이 내리고, 기온은 펄펄 끓어 식을 줄을 모른다. ‘적당’이라는 게 없다. 마치 인류를 위해 존재한 것처럼 보이는 충적세가 이제는 끝났다고 봄 직하다. 온전히 사람 탓이다. 생산활동을 핑계로 환경을 파괴했고, 거기에 비례해 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면서 이상기후를 비롯한 종말의 징후가 확연해진 것이다. 인류가 낙원의 시기인 충적세를 스스로 끝장내고 전혀 다른 시대를 열었으니, 그 새로운 시대를 인류세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몇 년 사이 지질 전문가들 사이에서 쏟아졌다. 인류세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로, 올해 3월 국제지질학연합(IUGS)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고, 지난달 말 부산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도 제안됐다. 지구 기준으로 봤을 때 기존 충적세가 인류세로 바뀌었다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모두 부결되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인류 종말을 경고하는 메시지로서 인류세는 여전히 유효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점점 더 오염되고 점점 더 파괴되는 지구를 향해 인류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중한 화두로 기능하는 것이다. 관련해, 상징적인 일이 지난달 29일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우리 정부의 탄소 감축 행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2020년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 달성을 국가 비전으로 발표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것으로,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를 2030년(2018년 대비 40%)까지만 정해 놓고 이후로는 아무런 규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대해 2031년 이후의 감축 목표를 구체화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더불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미래 세대에 무책임한 정부를 질책한 셈이다. 녹색성장이든 탄소중립이든 결국은 인류, 특히 미래 세대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갈 길이 멀고도 험한데, 그에 비해 현 정부의 노력은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이 좋은 예다. 정부는 2014년부터 탄소 감축 차원에서 민간 건축물 친환경 리모델링 사업을 예산을 들여 지원해 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사실상 사업을 폐기한 것이다. 소소하지만 탄소중립과 관련해 현 정부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여하튼,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만큼 정부의 태세 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2031년 이후의 탄소 배출 목표를 제시하는 등 장기적인 차원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친원전 정책은 미래 세대에 또 다른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와 함께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국회 차원의 관련 법 개정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은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만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 일상화 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개인과 기업의 실천이 병행돼야 한다. 누구는 탄식하며 말한다. “작금의 이상기후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데 우리가 뭘 어쩌겠냐”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으면 인류의 미래가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올해 추석은 유례없는 폭염을 통해 우리에게 경고했다. “스스로의 미래에 대해 책임을 질 때”라고. 자연이 인류에게 보낸 최후통첩일 테다. 그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할 테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여자풋살은 '고독'해야 한다 [골 때리는 기자]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찰 수 있도록 매치를 성사시켜 주는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풋살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여성들도 이 플랫폼을 통해 경기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풋살을 즐기는 성비가 불균형한 탓에 '혼성 매치'도 자주 성사된다. 공 다루기에 능숙한 여성들도 있지만, 혼성 매치는 대부분 남성들이 좀 더 공을 잘 다루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끼리 찰 수 있도록 인원 배치를 조절해 주는 '매니저'들이 플랫폼에 있긴 하지만, 수준이 비슷한 여성과 남성으로 한 팀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다. 혼성 풋살에 참여할 때마다, 주연으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몸싸움이 치열한 중원에서 여성이 플레이하기가 쉽지 않기에 혼성 매치는 주로 중원에서 남성들이 골대 근처까지 공을 끌어와주면 여성들이 골대 근처에서 공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혼성 매치에는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바로 남성들은 강한 슈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종종 남성들은 '혼성 풋살'은 템포가 느리고 재미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강한 슈팅이나 몸싸움을 자제하며 여성들을 배려해 매치에 임하는 그들의 배려가 고맙긴 하지만, 매치가 끝나면 1인분의 몫을 하지 못했다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1년 넘게 풋살을 즐겨본 결과, 이 씁쓸함을 없앨 답은 고독한 연습뿐이다. 잦은 경기 참여가 결코 실력을 빠르게 늘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공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부족하기에 반드시 '혼자'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 손흥민이 초등학교 6학년 이전까지 경기보다 기본기에만 집중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초반에는 기본기가 없어도 경기에 참여해 재미를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본기가 부족해 공놀이 자체에 흥미를 잃는 여성들을 많이 목격했다. 결국 '행축(행복축구)'도 실력 향상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빈공터나 공원에 공을 가지고 나가서 패스나 볼 컨트롤 등의 기본 훈련을 혼자서 다져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물론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도 견뎌내야 한다. 그러면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에서 공을 차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풋살을 즐기는 남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시간상 문제로 불가피하게 혼성팀에서 경기를 뛸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여성 매치는 남성이나 혼성 매치에 비해 매우 적게 열린다. 여성 매치가 많이 생기기 위해선 혼성 매치에서 여성들의 몫이 더 늘어나야 한다. 고독한 연습만이 여성 풋살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배학수의 문화풍경] 호기심이 사라지는 나라, 대한민국
“왜 선배님은 수학을 연구하십니까?” 미국 대학의 수학과 교수가 출신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후배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이런 질문을 받았다. “호기심 때문이지.”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배는 짤막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응답했다. 당시 2학년이던 필자를 포함하여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수학 공부를 통하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또는 “학술적 업적을 성취하여 한국인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기 위해서” 같은 거창한 말을 우리는 예상했던 것이다. 호기심은 순수한 탐구 열정이다. 순수하다는 말은 실용적 목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반면 배를 만들기 위해서,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 연구하는 것은 실용적 탐구이다. 이 경우 탐구의 동력은 현실 세계의 문제 해결 같은 실용성이지 호기심은 아니다. 그냥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순수 탐구는 현실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철저하게 근원을 향해 질문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는데, 동네 앞에 펼쳐진 넓은 들판을 지나 저 멀리 산맥을 넘으면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주위 어른에게 산을 넘어도 들판이 있다는 답을 듣지만, 아이는 그것을 넘어가면 또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마침내 아이에게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인간은 쓸데없는 것이라도 묻고 싶은 존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제1권은 “원래 모든 사람은 알고 싶어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안다(eidenai)’는 말은 아이의 호기심처럼 실용적 고려 없이 무언가를 탐구한다는 의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인식 활동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낮은 단계는 경험이며, 그 위 단계는 신발이나 국가를 만들고 운용할 줄 아는 기술적 인식과 인생을 잘 영위하기 위한 삶의 지혜이며, 가장 높은 단계는 호기심에서 일어나는 순수 탐구이다. 이 최고 단계의 인식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아(sophia)’라고 불렀는데, 그의 선배들은 ‘필로소피아(philo-sophia)’라고 하였다. 필로소피아는 그리스 말로 ‘최고 인식’을 의미하는 ‘소피아(sophia)’와 ‘사랑하다’를 의미하는 ‘필로스(philos)’의 합성어이다. 필로소피아는 영어로 ‘필로소피(philosophy)’이며, 이것을 일본 학자 니시 아마네(西周)가 1874년 ‘철학(哲學)’이라고 번역하였다. 철학은 순수 탐구에 대한 번역어인 것이다. 필로소피아는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탈레스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세계가 원래 무엇으로 되어 있는지 물으면서, 세계의 시초는 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답변은 틀렸지만 순수하게 그냥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발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주의 시초가 무엇인지 묻는 이런 탐구는 실용성이 없다. 세계의 시초가 물이든, 불이든, 공기이든, 원자이든, 그걸 안다고 해서 당시의 현실 생활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필로소피아 즉 철학은 실용성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으며 실용성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는 필로소피아는 사라진 것인가? 아니다. 현대의 순수 과학은 필로소피아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같은 학문은 지구 온난화나 질병의 퇴치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시작하지 않고, 최초의 근원을 그냥 알고 싶어서 탐구한다. 부산대 물리학과 유인권 교수는 우주의 최초 물질 상태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그는 탈레스의 후계자인 것이다. 유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매우 당혹스럽다고 신문 칼럼에서 밝혔다. 사실 이런 질문은 남자보고 언제 출산할 것이냐고 묻는 것처럼 빗나간 것이다. 탈레스에 대한 일화가 전해 온다. 그는 별을 관찰하면서 걷다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사람들은 철학자가 천상의 별은 보면서 발 앞에 놓여 있는 것은 보지 못한다면서 그를 조롱하였다. 이 이야기는 주로 철학이 실용성이 없음을 지적할 때 인용되어 왔다. 그러나 헤겔은 〈철학사 강의〉에서 다른 관점으로 일화를 이해한다. “사람들은 철학자를 비웃을 것이나, 그들은 철학자가 대중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대중은 구덩이에 빠질 수 없다. 그들은 더 높은 세계를 보지 못하므로 이미 구덩이에 늘 빠져 있다.” 하늘, 즉 높은 세계는 최고의 진리를 가리킨다. 대중은 그런 것을 탐구하지 않기에 실용성의 구덩이에 빠져 살면서도 본인은 그 점을 모르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 호기심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실용적 학과만 지원하고, 교육 당국도 필로소피아를 학교에서 추방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 연구만으로 인간은 잘 살아가지 못한다. 본성상 인간은 호기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공감] 주막(酒幕)
집사람은 안마기에 발을 넣고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 항암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집사람은 마치 전장(戰場)에서 거친 전투를 치르고 빈사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병사처럼 지쳐 있었다. 집사람의 코가 저렇게 길었었나 라고 생각할 만큼 코가 길어 보였으므로, 내게는 그런 집사람이 생소했다. 집사람은 광대뼈와 볼이 두툼해서 코가 작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항암 치료는 두툼하던 집사람을 마른나무 막대기처럼 만들어 놓았다. 앙상해진 어깨는 생명이 도망쳐 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소리처럼 조곤조곤하게 들렸다. 창밖을 내다보던 집사람이 무언가 말을 했는데, 잘 듣지 못한 나는, 집사람이 요양병원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의중을 확인하기 위하여 집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집사람이 응시하고 있는 것은 창밖의 비였고,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앞에 암담히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슬픔과 언짢음, 그리고 가슴벽이 바늘로 찔린 듯한 지독한 아픔이 밀려왔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묻고 있는 내 얼굴에, 그녀는 아주 조그맣게 말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요?” 항암 치료를 시작한 지가 2년이 넘었지만, 집사람은 단 한 번도 죽음을 입에 담은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 말은 의외였다. 그렇지만, 그런 의외의 것이 우리에게도 다가올지 모른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경험해 보지 않은 것들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경험 이외의 것들은 믿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대개 의문 속에서, 의문을 묻어 둔 채 그냥 살아간다. 죽음이 그런 것일 것이다. 정말 궁금하지만 경험할 수가 없으므로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며 살아간다. 어릴 때,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을 떠울렸다. 수많은 별들이 빛나는 보석처럼 뿌려져 있었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 그 별들이 이 지구처럼 가없는 우주를 떠도는 또 다른 지구라는 것을 알았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있는 이유를 알아? 그곳은 전부 이 지구처럼, 사람의 실체(實體)인 영혼들이 저 끝없는 우주를 여행하다 쉬고 싶을 때 쉬어가는 곳이야. 사람의 영혼은 우주를 여행하는 나그네거든! 우리도 이 우주를 여행하는 나그네야. 우리는 어느 날 이 지구별을 지나다가, 마치 여행객이 쉬어갈 주막(酒幕)에 들리듯이 이 지구에서 행장을 푼 거야. 지구별에서는 사람의 옷을 입어야 하므로 우리는 각각 너와 내가 된 거야!” “이 지구별에서 우리의 일생은 저 우주의 하룻밤과 같아. 그래서 너무 짧은 하룻밤인데, 우리는 이 짧은 밤에 긴 인생의 꿈을 꾸는 거지. 뜨거운 사랑을 하고, 미워도 하고, 배신도 해 보고, 의리 때문에 목숨을 버려보기도 하고, 가슴이 아려 녹아내리는 헤어짐의 아픔을 겪기도 하고…. 그리고 마침내 이 몸이 죽으면, 그때 우리의 실체인 영혼은 꿈을 깨는 거야! 그래서 우리 삶이 꿈일걸 알게 되지. 우리는 지금 꿈을 꾸면서도 꿈인 걸 몰라. 왜 그런지 알아? 이 인생의 꿈이 너무도 실감이 나거든!” “우리가 지난밤 꿈을 꿀 때, 우리는 그것이 꿈인 줄 몰랐지만, 깨어보면 그것은 재미난 꿈이었지. 당신과 나는 지금까지 이 지구별에서 재미난 한편의 꿈을 꾼 거야! 이 꿈에서 깨어나면, 당신은 이번의 우리 인생에서 얻은 정서를 바탕으로, 다른 별에서, 그 주막에서 새 생활인 또 다른 꿈을 꾸게 될 거야.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이 삶은 다만 작은 이야깃거리가 될 거야.” 창밖에는 슬픔처럼 지독한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독립기념일에 찾은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2015년 개봉한 007시리즈의 24번째 영화 ‘007 스펙터’의 인트로 장면에 등장하는 망자의 날 퍼레이드는 멕시코시티의 소칼로(Zocalo) 광장이 배경이다. 영화 속 이 장면이 계기가 돼 첫 멕시코 여행을 떠났고, 몇 차례 멕시코를 방문하는 동안 부정적 선입견은 점차 매력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멕시코 여행의 안전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는 미국인의 시선으로 만든 범죄 영화에 나타난 다소 과장되고 부정적인 시선의 단편일 뿐, 평균적인 멕시코 모습은 아니다. 사실상 멕시코는 남미와 중미를 통틀어서 가장 잘사는 나라이며,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아즈텍과 마야 문명을 꽃피웠다. 우리보다 20년 앞선 1968년 올림픽을 개최했고, 2026년엔 미국, 캐나다와 함께 월드컵 공동 개최가 확정돼 사상 최초로 세 차례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가가 된다. 또한 정치, 화학, 문학 분야에서 이미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멕시코시티에 머물렀는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멕시코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소칼로 광장은 말 그대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이날 마주한 멕시코 국민들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자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이 온몸으로 느껴졌는데, 이는 백인, 인디오, 그리고 국민 대다수인 메스티소(혼혈) 가릴 것 없었다. 멕시코 독립 전쟁은 스페인의 지배에 저항해 1810년 9월 16일 일으켰고, 11년간의 치열한 전쟁 끝에 1821년 8월 24일 코르도바 조약을 체결하면서 끝났으며, 그 결과 멕시코가 독립하게 된다. 보통은 독립을 쟁취한 날을 독립기념일로 지정하지만, 멕시코는 이 전쟁을 시작한 날을 독립일로 기념한다. 무려 300년 동안 멕시코는 혹독한 식민지 시기를 보내며 약탈당했다. 고유 언어는 사라졌고, 종교와 문화도 모두 스페인의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독립했다는 점은 이들에게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이 기간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주요 도시의 랜드마크와 거리는 멕시코 국기 색깔인 초록, 하얀, 빨간색 조명과 배너로 장식되고, 도시 곳곳에선 국가 이미지와 관련된 파생 상품을 판매했다. 이 중 가장 놀라웠던 건 현직 멕시코 대통령 관련 굿즈였다. 캐릭터 인형을 비롯한 갖가지 상품이 거리의 상점을 메우는데, 퇴임 2주를 앞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정치인이 이렇게 국민의 사랑을 받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신기하기까지 했다. 헬조선이라는 자조적인 단어가 유행하고, 계층과 세대, 젠더 문제 등으로 갈등하는 대한민국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 이후 저들처럼 하나 된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렀다.
[기고]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부산 시민이 나서야
며칠 전 미국 출장 중 택시를 탔다. 차내의 침묵을 깨고 기사분이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왔다”고 답했다. 택시기사는 “서울은 아는데 부산은 처음 들어 본다”고 했다. 나는 이참에 부산을 알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목적지로 이동하는 내내 부산에 대해 소개했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임시 수도였으며, 미국으로부터의 전쟁물자가 부산을 통해 들어왔고, 현재는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최고의 해양·항만도시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삼성과 LG 등 글로벌 기업들이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던 곳도 바로 부산이였으며, 현재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고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택시기사에게 설명에 대한 감사 인사를 받으며 내렸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부산이 제2의 도시라는 사실이 이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다. 올해 인천시 주민등록인구가 전국 광역시 가운데 3번째로 300만을 넘어섰다. 부산은 3년 만에 340만에서 330만으로 감소하였고, 지금은 328만으로 더 줄어들었다. 반면 인천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인천이 곧 제2의 도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인구는 지역 생산·소비를 결정짓는 도시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이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도시에 있어 ‘인구’는 해당 도시의 ‘힘’이 된다.인구가 많다는 것은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소비를 할 테니 유통, 생산 등 산업 분야 전반이 잘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부산은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의 어려움이 깊어지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근대화 초기부터 부산의 전략산업은 노동집약적 경공업 위주였는데, 이들 업종 대부분이 경쟁력과 고용 창출 능력이 낮아서 부산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지 못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산업구조 전환기에는 중공업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하지 못하고 서비스업 중심의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 고도화가 이루어졌다. 이마저도 지식 기반 서비스업의 비중은 작고, 영세 규모의 도·소매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미래 전략산업으로 탈바꿈할 원동력이 부족했다. 그렇다면 부산은 어떻게 하면 변화할 수 있을까? 필자는 부산을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허브 도시가 조성되면 기업이 모여 국제 교류가 이뤄지고 비즈니스, 문화, 기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으며, 물류·금융·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좋은 기업과 일자리가 들어오면 인구 감소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이 부산 발전에만 국한되지 않고 부산을 거점으로 남부권 전체의 발전 동력을 확보해 수도권과 양 날개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세제 감면 등 파격적인 특례가 부여 돼야 하는데, 이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이 하루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특별법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이 공동으로 참여해 여야 1호 법안으로 발의됐고, 중앙 부처 협의도 완료되었다. 이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부산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단합만 남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부산글로벌허브도시 범시민추진협의회’가 출범했고,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 입법 촉구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으며, 향후 범시민 궐기대회, 국회 방문 시민 결의대회 등을 통해 부산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부산은 대전환의 기회를 맞았다.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자리를 지키고, 부산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부산 경제와 산업의 부흥을 이끌 수 있도록 부산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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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무풍' 제13호 태풍 '버빙카'이어 14호 '풀라산'도 중국행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9월 20일 금요일(음 8월 18일)
인생 리부팅시켜 준 바닷가 맨발걷기…2막 향해 다시 ‘큐~’ [맨발에 산다] ②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9월 19일 목요일(음 8월 17일)
나 홀로 ‘베테랑2’ 추석 연휴 400만 돌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9월 21일 토요일(음 8월 19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9월 22일 일요일(음 8월 20일)
색 vs 색… 색의 바다를 유영하다
물맛에 차이가 있다고? [궁물받는다]
[부산 공연] 이번 주에 뭐 볼까? [2024년 9월 16~22일]
'반려동물 칫솔질, 미리 훈련시키면 한결 수월해요'
백년어서원이 가슴에 새긴 ‘부산을 기억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