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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영장 기각, 추석 민심에 귀 기울일 때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의 혐의로 청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27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백현동 개발 특혜와 대북송금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은 무죄가 아니라, 재판에 가서 유무죄를 밝히라는 의미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2년 가까이 먼지 털이식 수사를 했는데도 구속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작 검찰은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추석 연휴 이후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 대표와 주변을 향한 수사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해 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야 대치 정국은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는 감정적인 반응부터가 심상찮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법원을 이처럼 공격하는 태도는 전혀 집권 여당답지 못하다. 민주당은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한 것이 입증됐다며 내각 총사퇴를 통한 국정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기국회에서도 쟁점 법안 처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진영 챙기기에만 골몰하는 극단적인 대결 정치에 국민들은 지쳐 간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무섭게 오른 물가 때문에 고민이 많다. 추석 차례상 준비부터 자고 나면 오르는 기름값까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한 판단이 법원으로 넘어갔으니, 여야는 국회의 시간으로 돌아와야 한다. 위기에 빠진 민생을 돌보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이 대표도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정치가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이다. 추석 민심에 귀 기울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해 주길 기대한다.
2023-09-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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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체 위험’ 부산 사회복지사, 처우도 바닥이라니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으로 복지 수요가 급증하는 부산이지만, 복지 체계 유지의 핵심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어서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인력 부족으로 시간외 근무가 불가피한 데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함은 물론 심지어 근무 중 신체적인 위험을 느끼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부산시사회복지사협회가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수당이나 열악한 근무 조건으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의 심리 또는 노무 상담 신청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사들이 자기 일에 대해 자긍심은커녕 보람마저 느끼지 못한다면 이는 지속가능한 복지 체계 유지에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복지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복지사들이 근무 중 시설 이용자로부터 폭행 외에 성추행의 피해까지 보는 사례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여성 복지사들은 야간 근무 때마다 불안감에 휩싸이는 경우가 잦다고 호소한다.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밤낮 가리지 않고 문자, 전화폭탄을 퍼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은 심리 또는 노무 상담의 신청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엔 23명이던 신청자 수가 작년엔 100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도 7월까지 벌써 70명 넘게 도움을 청했다. 신체적 위험이나 성적 피해를 경험한 복지사도 2016년보다 4~5배나 늘었다니, 이대로 둘 일이 아니다.
현장의 복지사들을 힘 빠지게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부산시도 마찬가지다. 근무가 힘들면 처우라도 좋아야 하는데, 부산의 현실은 ‘노동 착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수당 수준이 전국 최하위다.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시간외 근무가 필수적이지만, 인정된 월 시간외수당은 단 2시간이다. 이외 매월 56시간가량은 무임금 노동이다. 금액으론 연간 448억 원이다. 시가 복지사들의 이직을 부추기는 셈이나 다름없다. 박형준 시장이 작년 처우 개선 3개년 계획을 내놓으면서 2024년까지 20시간까지 올리겠다고 했지만, 관련 예산 반영은 올해에도 없었고, 내년에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행 사회복지 체계가 아무리 촘촘해도 현장 종사자들의 희생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 게다가 현장의 복지는 그 속성상 시설 이용자와 복지사 간 인간적인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사들이 자기 일에 소명감을 갖지 않는다면 단지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복지만 횡행하게 된다. 시가 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만큼 합당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예산 문제를 들어 또 핑계로 삼는 것은 군색한 변명이다. 복지사들의 처우 개선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설 이용자에도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위해서라도 시가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2023-09-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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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벤처펀드 기반 '될성부른 창업' 집중 지원 나서야
부산시가 글로벌 창업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창업 정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시는 26일 박형준 시장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갖고 아시아 10대 창업 도시를 위한 부산형 창업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스타트업의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해 혁신 거점을 확충하고 미래 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하며 부산창업청 설립을 통해 강력하고 일관된 창업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지속적 창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니콘기업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아 정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시의 창업 정책 전환에 거는 기대가 크다.
부산형 창업의 핵심은 그동안 소규모 창업 지원 중심으로 이뤄져 온 정책을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스케일업을 도와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 부산에서는 초기 창업에 성공해도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는데 이를 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업 공간도 소규모 입주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민관이 함께 연결하는 거점 인프라인 복합글로벌허브 조성으로 전환해 혁신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 산업은행, 부산은행이 참여하는 1000억 원 규모 ‘부산 미래 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모펀드를 기반으로 2500억 원 규모 자펀드도 조성해 될 만한 기업의 스케일업을 돕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효과다.
시가 창업 도시 육성에 나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민선 지자체 출범 때마다 창업 공간을 새로 만들고 각종 창업 정책도 내놓았지만 창업 생태계 조성은 늘 꿈 같은 일이었다. 창업 공간을 열어도 창업에 도전하는 젊은 인재들이 없으니 파리만 날리고 창업이 활성화되지 않으니 젊은 인재들이 다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악순환만 반복됐다.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아시아 창업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3’에 거는 기대도 이 때문이다.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나아가 아시아 청년들과 투자사들이 부산으로 몰려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산의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해서도 창업 활성화는 절박한 과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부산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에서 보듯이 나눠 주기식 파편적 정책으로는 어렵다. 이미 세계 도시들은 스타트업을 위해 금융, 교육, 주거, 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복합타운을 만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창업허브 ‘스페이스 K’ 부산 유치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창업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위해서는 부산창업청 설립도 시급한 과제다. 창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이 결국, 젊은이들이 미래를 꿈꾸며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2023-09-2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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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 곳 없는 중증장애인,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증장애인을 맡길 만한 곳은 벌써 이용자가 가득 차 추가 수용의 여력이 없고, 결국 이들의 돌봄은 사회복지 체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가족들의 몫이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 시설의 부족은 전국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부산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한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부산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장애인 시설 정원은 4409명에 불과했다. 19~60세의 중증장애인 약 2만 9000명의 15% 수준이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이들을 위한 전문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해결책은 오직 가족들밖에 없다. 가족 중에 누군가는 하루 종일 중증장애인을 돌보아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장애인 시설을 수소문해 보지만, 부산지역의 거의 모든 시설은 포화 상태다. 가정과 같은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주간보호시설의 경우는 대기자만 해도 225명에 달한다고 하니, 언제쯤 자기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할 수가 없다. 부산의 시설 정원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부산보다 인구가 100만 명이나 적은 대구시도 시설 정원이 4000여 명이나 된다. 부산의 열악한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다.
중증장애인 시설 부족으로 인한 돌봄 부담이 가족의 몫이 되면서 이들 역시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은 생업을 접고 집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육체적인 부담 외에 사회생활 제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고통을 더한다. 수용 여력이 포화 상태인 장애인 시설의 종사자들도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의 시설 근무자 1명이 보통 5명의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데, 정부의 권장 기준인 1인당 3명을 크게 웃돈다. 추가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늘 포화 상태인 시설이 휴가 등으로 근무자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전문 시설마저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나중엔 가족의 돌봄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방치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보호자들은 중증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입소 거부와 제한을 꼽는다. 반면 시설 종사자들은 극심한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두 문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시설과 근무 인력을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현장과 협의를 통해 소규모 시설 확충이라도 우선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산의 어려움이 있겠으나, 언제까지 방치할 일이 아님은 시도 잘 알 것이다.
2023-09-2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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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몸 던져 뛰면 우리 것” 엑스포 자신감 보인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우리 것이라 확신하고 몸 던져 뛰면 우리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주재한 25일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원하는 게 대충 노력하면 올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며 “우리 목표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인데, 부산시민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개최지 최종 선정을 두 달여 앞두고 대통령까지 결연한 의지를 밝힌 만큼 부산 유치라는 목표를 이루는 마지막 그날까지 모두가 온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뉴욕 체류 기간 47개국 정상을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며 순방 성과를 알렸다. 41개의 양자 정상회담과 48개의 외교 행사라는 기록적인 강행군을 통해 윤 대통령은 줄곧 부산엑스포의 가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엑스포가 기술과 산업의 성취를 과시하는 장이 아니라 그 성취를 세계가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부산이 전쟁의 상흔을 딛고 경제성장의 탯줄 역할을 수행한 상징적 도시라는 점이 강조된 것은 대단히 적확한 의미 부여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이런 적극성이 경제외교 성과와 더불어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럽 곳곳에서 펼쳐지는 막바지 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에 거는 기대도 크다. 부산시가 10월부터 개최지 최종 선정일인 11월 28일까지 프랑스 시내에서 마련하는 시민 참여 캠페인이 특히 주목된다. 파리는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장소인 만큼 현지에서 부산엑스포 지지 분위기를 확산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같은 기간 LG가 파리는 물론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유치 지원 활동에 나선다는 소식도 반갑다. 파리·런던·브뤼셀은 엑스포 개최지 선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BIE 회원국 대사들의 거주 지역이라서 집중적, 전략적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을 방문한 한덕수 총리의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에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수용도 거절도 아닌 외교적 언사겠지만, 적어도 부산 유치에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산 지지에 이어지는 긍정적 뉴스라 할 만하다. 대내외 조건들이 이렇듯 유리하게 펼쳐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국가적 차원의 총력전, 부산시와 각계각층의 물밑 협력이 한층 조밀하게 맞물린다면 부산엑스포 유치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최종 결과를 받아들 그날까지 한 치의 빈틈도 방심도 있어선 안 되겠다.
2023-09-2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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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안 침식 우려 심각한 부산, 안전 대책 급하다
부산·울산의 해변 침식이 심각하다고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침식등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60개 연안 중 161개(44.7%)의 연안 침식이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부산은 지역 내 해변 가운데 우려나 심각 단계 침식이 발생한 비율을 뜻하는 ‘우심률’은 88.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은 일광 해변이 유일하게 ‘보통’ 단계이고 송정 해변은 ‘심각’ 단계라고 한다. 나머지 7개 해변은 모두 ‘우려’ 단계다. 울산도 우심률이 60%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로 밀물 때 너울성 파도로 해안도로 가까이까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현상을 보노라면, 부산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정도다.
이는 전국 상당수 해수욕장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유독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의 연안 침식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사실은 연안 난개발에 기인한다. 연안에 도로와 고층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건립하면서 해안선의 구조와 바람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꿔 연안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연안 침식이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이야기다. 여기다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력한 에너지가 담긴 너울성 파도와 태풍이 잦아지고, 폭우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연안 침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연안 침식은 해안 절벽이나 해안도로 붕괴 위험을 증가시키고, 해안 주민은 해일이나 풍랑 등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생존까지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안 침식이 국가적 중대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올해 연안 정비 예산을 당초 계획에 비해 10% 이상 축소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2020~2029년)에 따라 침식 정도가 심해 ‘우려와 심각’ 등급을 받은 국가 시행 연안정비 34개 지구 중 18개 지구(52.9%)는 미시행(8지구·23.5%)이거나 설계 중(10지구·29.4%)으로 아직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해안 침식 방지 대책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해안 침식을 국토 보전이란 국가적 이슈로 부각해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긴밀한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연안 침식 문제를 더 이상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대체 불가능한 자연 유산인 해변 생태계와 관광 자원을 지키는 것과 함께 재해 예방과 국토 보전의 의미가 크다. 침식 원인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복구 시스템 등 장기적·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해 위험이 큰 연안을 중심으로 연안 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해양 관광과 생태계 등 지속가능한 해안 도시 부산을 위해서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도시의 자랑인 아름다운 해안을 지키는 것은 현세대의 책무이다.
2023-09-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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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뜨는 '관광 영도', 부산 원도심 부활 기폭제 기대
‘관광 영도’가 뜨고 있다고 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카페 핫플레이스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영도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4.2% 늘어 같은 기간 3.3% 증가한 해운대를 뛰어넘었다. 7월 한 달에만 163만 명 가까이 찾았는데 이는 영도 인구보다 1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숙박자는 해운대가 1.7% 감소했지만 영도는 7.2% 증가했다. 체류형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다는 의미여서 고무적이다. ‘대한민국 조선 1번지’로 한때 부산 경제를 이끌었던 영도는 지금은 인구소멸지역으로 전락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관광객 증가와 함께 부활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영도가 뜨고 있는 것은 카페 문화 확산에 기댄 측면이 크다. 카페를 포함한 영도의 휴게음식점은 2019년 244개이던 것이 올해 317개로 급증했다. 2016년 문을 연 ‘신기산업’을 시작으로 복합문화공간 ‘피아크’에 ‘모모스커피’까지 대형 카페들이 들어서 ‘커피 왕국’의 면모를 갖췄다. 최근에는 부산을 커피 도시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해 영도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젊은 기업가들이 중심이 돼 도시재생과 결합한 어묵거리 등 다양한 명소들을 만들면서 영도를 매력적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것도 ‘관광 영도’에 큰 힘이 됐다. 관광객 증가는 라발스호텔 등 숙박 인프라 확대로도 이어졌다.
카페를 중심으로 한 영도의 부활이 전역의 상권 활성화를 견인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대형 카페에는 관광객이 몰리지만 대다수 기존 상가는 불이 꺼진 상태다. 카페만 하더라도 대형 카페 중심에서 특색있는 소규모 카페들로 다양하게 확대돼 카페 문화의 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흰여울마을이나 깡깡이마을 등 도시재생 자산들과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노력해야 할 일이다. 부산의 진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관광 영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지부진한 태종대 재개발과 수리조선 공간에 대한 도시계획 차원의 전면적 재구성도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관광 영도’의 부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원도심 부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앙동의 부산시청사가 1998년 연산동으로 이전한 후 영도를 포함한 원도심 상권은 급속히 몰락했다. 부산의 관광지도도 해운대와 광안리 등 특급호텔이 밀집한 동부산권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모처럼 영도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고 있는 것은 부산 관광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영도의 부활이 원도심의 역사 유산과 공간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항재개발과 부산롯데타워 건립도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 부산시도 각종 인프라 지원과 도시계획 추진 등 원도심 부활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야 한다.
2023-09-2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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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우 속수무책 도심 하천, 안심하고 산책하겠나
지난 20일 부산 금정구 온천천에서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여성이 사흘 만인 23일 하류인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수영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 7월 11일 사상구 학장천에서 시민 3명이 폭우로 수위가 갑자기 높아진 강물에 고립됐다가 이 중 60대 여성이 떠내려가 실종된 사고 이후 두 번째 인명 피해다. 두 사고는 도심 하천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짧은 시간에 급속히 범람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해 희생됐다는 점에서 판박이 재난으로 지적된다. 산책로와 각종 운동 시설이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도심 하천이 불시에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온천천과 학장천 사고는 도심에 산재한 하천의 수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집중호우 시 관할 지자체의 진출입 통제가 들쑥날쑥한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학장천 실종 사고는 출입 통제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생긴 참변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학장천은 폭우로 수위가 불과 30분 만에 1m 높이에 도달해 물바다로 변했으나 사고가 일어난 지 20분 뒤에야 산책로 통제가 내려졌다. 온천천의 경우 관할 구청이 물이 불어나자 사고 발생 10여 분 전에 관내 39개 온천천 출입로 모두 차단기를 내리는 바람에 50대 여성이 천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차원의 하천 안전관리 매뉴얼과 상황에 맞는 통제와 대처가 필요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번 온천천 사고를 계기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산책객이 스스로 하천에서 나올 수 있는 안전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하천의 수변공간이 폭우에 속수무책인 상태로는 마음 놓고 산책하기가 겁이 나서다. 온천천 사고 지점 인근 CCTV를 보면, 50대 여성은 산책로를 급히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출입로에 내려진 차단기에 막혀 다른 길을 찾는 모습이 나온다. 게다가 온천천 주변은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직각형 콘크리트 벽이 많아 비상 대피가 어려운 구조다. 하천 전수 조사를 통해 시민이 몰리고 비가 올 때마다 빠르게 범람하는 곳을 파악해 대피용 사다리와 계단을 설치해야 마땅하다.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동안 부산의 누적 강수량은 419mm로 최근 30년간 평균치의 배가 넘는다. 이는 이상기후 탓에 물 폭탄 같은 ‘극한 호우’의 정도와 빈도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상 예측을 뛰어넘는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진 데 대비한 지자체의 재난 매뉴얼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시가 구·군과 함께 하천별 관리 대책과 산책로 통제 기준을 명확히 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도심 하천은 웰빙 시대에 시민의 이용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공공장소다. 온천·학장천의 인명 사고처럼 원시적인 재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피 시설을 확충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일이다.
2023-09-2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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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 쇄신의 길로 가야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던 거대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표결 결과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배임),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뇌물)으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정치생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도 ‘방탄국회’라는 비난은 피했으나 내부 개혁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정사상 처음인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불체포 특권을 앞세워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던 ‘방탄당’의 모습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불체포 특권 폐지에 찬성하고, 이런 의견이 유지하자는 쪽에 비해 배 이상 많다는 유력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온 터다. 이를 감안한 듯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불체포 특권과 방탄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정도였다. 따라서 이 대표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한 게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가결은 방탄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이번 가결과 달리 민주당은 그동안 절대다수 의석을 이용한 잦은 방탄으로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이어 올 6월 12일 전당대회의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자당 출신 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지난 2월에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민주당이 내 편 감싸기에 급급한 방탄 전문 정당이란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에 민주당은 재창당의 각오로 반성과 쇄신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당 내부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부결하자는 주장이 지배적이어서 위기의식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은 만큼 앞으로 약속 이행과 환골탈태를 위해 노력할 일이다.
이 대표는 정치 지도자로서 중요한 덕목인 신뢰를 걷어찬 걸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는 6월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국회 표결 전날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달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불과 3개월 만에 국민에게 한 약속을 뒤집은 셈이다. 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지난달 31일 시작한 그의 단식도 방탄용으로 의심될 뿐이다. ‘정치수사’를 주장하며 당에 부담만 줄 게 아니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떳떳하게 수사와 재판에서 시비를 가려야 마땅하다. 온 나라를 국론 분열 상황으로 내몬 자신의 각종 의혹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게 지금 필요한 리더십이다.
2023-09-2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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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더 늦출 시간이 없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위한 로드맵이 나왔다. 부산시와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추진위원회’는 21일 10월 공모 절차를 시작한 후 11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연내 거래소를 운영할 법인을 출범시킨다고 발표했다. 거래소는 순수 민간 자본으로 설립하고 투자자가 두텁게 보호되는 ‘분권형 거버넌스’ 하에서 ‘모든 가치가 토큰화되어 거래’되는 개념으로 설립·운영한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산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최첨단 도시로 변모시키기 위한 ‘타깃 2026 블록체인 부산’ 비전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거래소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은 모호해 현실화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시는 부산 내 금융 공공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간 펀드인 ‘부산 블록체인 혁신 펀드’를 조성하고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의 연합체인 ‘부산 블록체인 얼라이언스’도 출범시킨다. 또 정부와 협의해 현재의 블록체인 특구를 글로벌 혁신 특구로 승격시켜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더 탄탄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블록체인 특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 활성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산업을 견인할 지렛대로 기대를 모았던 거래소 설립이 지연된 것은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제라도 차질 없이 설립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자산거래소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원자재, 귀금속, 지적재산권(IP), 탄소배출권, 토큰증권(STO) 등 모든 가치 있는 자산을 토큰화해 작은 단위로 24시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 제시됐다. 그러나 추진위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취급 상품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금융 당국이 올해 초 ‘증권형 토큰’이라 불리던 STO를 ‘토큰증권’으로 공식화하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 편입시킨 상황이어서 당장 디지털자산거래소 상품으로 취급하는 데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가상자산인 코인도 제외된 상태다. 실제 디지털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될 상품이 무엇일지 모호하다. 민간사업자 공모 과정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은 2019년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된 후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내외 여건을 이유로 거래소 설립은 계속 지연돼 왔고 결국 추진위까지 꾸려 지금에 이른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서도 관련 기업 이전이나 전문 인력 고용 등 실질적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시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거래소 출범과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새로운 각오로 뛰어야 하는 이유다. 당장은 연내에 거래소 설립을 마무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 실행력이다.
2023-09-22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