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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스포츠의 정치화

[밀물썰물] 스포츠의 정치화

2026 북중미 월드컵 벨기에와 미국의 16강전. 미국의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경기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발로건은 직전 경기인 보스니아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대회 규정에 따르면 발로건은 자동 출장 정지 처분으로 벨기에와의 16강전에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징계 자체는 유지하되 출장 정지 집행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FIFA의 발표를 접한 발로건조차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어처구니 없는 FIFA의 조치는 알고 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퇴장 징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고, 인판티노 회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 발로건이 출전했음에도 경기는 벨기에의 4-1 승리로 끝났지만, 64년 만의 이례적인 예외 조치로 FIFA는 독립성과 공정성에 흠집이 났다. FIFA가 트럼프의 전화 한 통에 좌지우지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된 것이다.월드컵이 끝난 뒤 FIFA는 또 다른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판티노 회장 리스크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 자회사’ 설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FIFA는 월드컵 등 대회 운영을 전담할 영리법인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세우고 지분 일부를 민간에 매각해 최대 42억 달러(약 6조 7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 거래를 주선하기로 한 투자펀드 스라이브 캐피털의 조슈아 쿠슈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딸 이방카 트럼프의 시동생이다.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와 밀착해 축구를 정치화한다는 비판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월드컵 자회사 논란마저 불거진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등이 반기를 들었다. 유럽축구연맹은 “인판티노 회장이 자진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의 거센 반발로 ‘월드컵 자회사’ 설립 계획은 철회됐지만, 4연임을 노리는 인판티노 회장은 치명타를 입었다.스포츠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공정성과 투명성에 있다. 정치 등 어떠한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포츠 고유의 본성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팬들은 환호하고 있다. 대중이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지 관계자들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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