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항 돔구장 협의체 가시화, 전재수 시정 협치 시험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이번 지선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당선이라는 결과를 빼고 보면 결코 호성적이라 할 수 없다. 부산시의회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해 여소야대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장 자리도 국힘이 15곳 중 9곳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회의원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당선으로 그나마 부산에 하나 있던 민주당의 의석이 사라졌다. 전 당선인은 시정 출범과 동시에 지역 다수당인 국힘과 협치가 불가피한 입장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힘 쪽에서 먼저 북항 야구장을 지렛대로 협치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관련 공약을 내건 바 있던 전 당선인이 어떤 협치를 보여줄지가 벌써 눈길을 끈다. 국힘 곽규택 국회의원은 15일 전 당선인 측에 북항 돔구장과 부산 아레나를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국회의원실이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항 돔구장은 전 당선인이 선거에서 내건 공약에 포함된 사안이고 부산 아레나는 곽 의원이 K팝 공연 등이 가능하도록 조성하려는 문화산업 플랫폼이다. 곽 의원이 두 시설의 공공개발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이유는 두 시설이 항만재개발법과 항만공사법 개정안 내용의 연장선에 똑같이 놓여 있어서다. 법 개정안들은 항만재개발구역 상부시설의 개발이나 분양, 임대 등을 공공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므로 두 시설 모두가 적용 대상이다. 곽 의원의 이 같은 협의체 구성 제안은 전 당선인과 곽 의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당선인 입장에서는 곽 의원이 이미 연초에 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므로 상부시설 개발 관련 법률적 검토를 생략하고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힘이 우위를 점한 시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힘 쪽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곽 의원도 해수부 장관까지 역임한 전 당선인의 영향력을 등에 업을 수 있는 데다 지역구 사업이 아닌 부산시의 제안으로 부산 아레나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해당 무대가 부산의 미래라 불리는 북항이라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전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하며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도 현실적으로 여소야대가 된 지역 정치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 당선인 스스로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해를 구하겠다며 협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유일 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힘이 먼저 제안한 협의 방안의 처리 문제는 전 당선인의 협치 정치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협치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진행해야 한다. 먼저 말을 걸어온 상대와의 협치는 더욱 그럴 것이다. 전 당선인의 지혜로운 협치가 시정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설] 이재명 정부 첫 여야 지지율 역전, 지선 민심 잘 새겨야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지만 국제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 지지율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당보다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야 지지율 역전은 여당이 각종 국내외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심의 방증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 사태 등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분노한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야당도 선거 패배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이번 지지율 상승을 자신들의 공로로 호도하며 정쟁에 골몰하고 있으니 매우 유감스럽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2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38%, 국민의힘은 44.3%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8% 포인트 줄었고, 국힘 지지율은 3.2% 포인트 늘었다. 여당 지지율 하락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지방선거 관리 부실과 주요 승부처에서의 패배에 이은 당내 계파 갈등이 지지층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지난 13일 엑스(X)를 통해 여당의 책임감 있는 국정 운영을 주문했지만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8월 전당대회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계파 갈등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내부 밥그릇 싸움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국내외 현안을 수습하고 대비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우선 여당은 야당과 만나 선거관리위원회 사태에 대한 특검, 국정조사 등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있던 우리 선박 24척의 안전한 귀항과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할 대책 마련을 위해 야당과 힘을 모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추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2018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고했다. 국힘도 선거 패배에 따른 장동혁 대표 책임론을 둘러싸고 균열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성난 민심이 연일 참정권을 훼손한 선관위와 여당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데도 야당은 내부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국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허술한 국정 운영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굳건한 여당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요구이기도 하다. 중동전쟁은 끝났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고유가·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가 힘을 모아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정밀한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길 기대한다.
[사설] BTS 콘서트, 관광도시 부산 업그레이드 계기 삼아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2~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콘서트를 찾은 BTS 팬덤인 ‘아미’만 11만 명에 달했다. 특히 13일 공연은 BTS 데뷔 13주년과 겹쳐 의미가 남달랐다. 부산 출신인 지민은 콘서트에 초등학교 은사를 초청했고, 정국도 사투리로 인사말을 건네는 등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BTS는 2022년 10월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였던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3년 8개월 만에 부산에서 완전체로 모여 완벽한 공연을 선보였다. 부산과 BTS의 끈끈한 인연이 이어져 이번 콘서트의 대성황은 더욱 각별했다. BTS 공연을 전후해 보랏빛 물결로 뒤덮인 부산 시내 곳곳은 흥겨운 축제 현장이었다. 12~13일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드론 1000대가 동원된 ‘드론쇼’와 광안대교 경관 조명이 어우러진 ‘라이팅쇼’가 펼쳐졌다. 아미들은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을 대거 방문하고 멤버 지민과 정국의 발자취를 찾는 투어를 하는 등 부산 관광지 곳곳을 누볐다. 인근 식당을 찾거나 굿즈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12~13일 부산 중소형 호텔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5%나 늘었다고 한다. 대규모 문화 이벤트인 BTS 공연이 부산 지역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제공했음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규모와 소비 행태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연구원은 ‘신용카드 빅데이터로 본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3000명으로 전년도 292만 9000명에서 2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카드 승인 추정액은 3474억 원에서 7809억 원으로 41.7% 늘어나 카드 소비 증가율이 관광객 증가율을 17.3%포인트 웃돌았다. 관광객 수보다 소비 규모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지역 소비로 전환되는 효과가 확대된 것이다. 지역 내 소비와 상권 파급효과를 연결하는 소비 전환형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BTS 공연을 계기로 기존 ‘부산국제관광도시’ 프레임을 넘어 ‘글로벌 문화관광 플랫폼 도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 유치에 그치지 않고 BTS 아카이브 구축, K팝 관광 코스 마련, 연례 글로벌 음악 관광 페스티벌 개최 등 상설 콘텐츠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팬덤과 문화소비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도시 전체를 ‘K컬처 체류형 관광무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최근 쇼핑 중심에서 체류와 식음료, 생활밀착형 소비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국적별 소비 특성, 권역별 소비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구축해 이들이 다시 찾는 부산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형제의 나라' 멕시코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은 주목받지 못한 ‘언더도그’였다. 대표팀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0-2로 패배했지만, 멕시코와 호주를 각각 2-1로 연파하고 사상 처음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우루과이를 2-1로 이겼고, 4강전에서 브라질에 1-2로 석패했다. 3·4위전에서 폴란드에 1-2로 역전패해 4위로 마감했지만, 4강 신화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당시 외신은 붉은 유니폼을 입고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누빈 한국 선수들의 체력과 투지에 감탄하며 ‘붉은악마’로 치켜세웠다. 이는 1997년 축구 국가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 이름이 됐다. 멕시코는 ‘붉은악마’의 고향인 셈이다.한국 축구가 멕시코와 다시 인연을 맺은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다. 차범근·최순호·허정무 등 레전드들이 나섰지만, 대진운이 나빴다. 슈퍼스타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 유럽의 복병 불가리아와 함께 ‘죽음의 조’에 들어간 것이다. 1차전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졌지만, 대표팀 주장 박창선이 월드컵 본선 무대 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불가리아와 1-1로 비긴 뒤 이탈리아에 2-3으로 석패해 16강은 좌절됐다. 하지만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한국 축구의 강인한 저력을 각인시켰다. 멕시코 월드컵을 발판으로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11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인 멕시코에서 40년 만에 조별리그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지난 12일 A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 역전승을 거뒀는데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멕시코 현지 팬들이 자국팀처럼 한국을 응원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 형제들, 당신들은 이미 멕시코 사람입니다”라며 연호했다. 각별한 인연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멕시코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에 0-3으로 대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으면서 멕시코가 극적으로 조 2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손흥민의 쐐기 골은 지금도 멕시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멕시코 전역에 확산한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풍도 한국 호감도를 높인다. 지난달 BTS의 멕시코시티 방문은 국가적 행사로 다뤄질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오는 19일 한국의 2차전 상대는 멕시코다. 8년 전 ‘카잔의 기적’으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과 뜨거운 형제애는 잠시 접어야 할 것 같다.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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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나동연 양산시장 4선 성공, 이제는 실천
6·3 지방선거는 낙동강 벨트 민심의 변화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부울경 곳곳에서 정권 심판론과 지역 발전론이 맞부딪힌 가운데 경남 양산에서는 개표 초반 열세였던 국민의힘 나동연 시장이 막판 역전 드라마를 쓰며 4선 시장에 성공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민들은 지역 발전의 연속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실었다. 민선 8기 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을 마무리하고, 양산의 미래를 책임질 프로젝트를 완성해 달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 나 시장은 당선 직후 “양산의 미래를 만들어갈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시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선 9기 성패는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비전과 공약을 얼마나 현실로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양산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경남의 대표 도시로 성장했지만, 도시 인프라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울경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도 충분히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으로 4년은 양산이 동남권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과는 양산 발전에 긍정적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행히 민선 8기 사업들은 이미 본궤도에 올라 있다. 증산신도시 개발은 ‘도시와 자연, 사람이 공존하는 자족 복합도시’ 조성으로 서부양산의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있다. 부산대 양산캠퍼스 유휴부지 활성화 사업도 정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선정을 계기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부산대와 양산시, 경남도, 정치권이 협력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한다면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회야강 르네상스 사업은 관광과 문화, 친수공간을 결합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종합장사시설 건립과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사업은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산 간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광역교통망을 확충하는 천성산 터널 개설 사업도 지역 균형 발전과 도시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선 9기 공약 사업도 관심을 모은다. 부울경 광역철도 조기 착공과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는 양산의 미래를 좌우할 교통 분야 핵심 과제다.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광역교통망 구축은 양산 발전의 필수 조건이다. 웅상출장소의 동부청사 승격 역시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인구 10만 명을 가진 동부양산의 행정 수요를 감안하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만 20세 청년들에게 5000만 원 규모의 출발 자본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주목된다. 지방소멸 위기 시대에 청년 정착 유도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정치적 여건도 나쁘지 않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양산시와 경남도의 정책 공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국정 운영 주체는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양산의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윤영석·김태호 의원은 나란히 4선 중진이다. 국회와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국비 예산 확보와 현안 해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지역 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협력 체계를 구축하다면 양산의 핵심 사업 추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변수도 있다. 낙동강협의회다. 지방선거 전까지 참여 단체장(7개 자치단체) 모두가 국민의힘 소속이어서 비교적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이후 부산지역 4개 자치단체와 김해시가 민주당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낙동강 문제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주민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 논리를 넘어선 초당적 협력이 절실하다. 나동연 시장의 4선 성공은 선거 승리 자체보다 민선 8기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민선 9기 새로운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얻었다는 데 있다. 나 시장은 “모든 문제의 답은 시민들의 이야기에 속에 있었고,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앞으로 4년의 과제다. 양산의 미래를 좌우할 과제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적·행정적 여건은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민선 9기 성공 여부는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초심을 얼마나 끝까지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들이 나 시장에게 부여한 4년은 ‘양산의 미래를 완성하라’는 엄중한 책임의 시간이다.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ktg660@busan.com
[노트북 단상] 해외에서 느낀 자부심, 국내에서 느낀 허탈감
해외에서 우연히 태극기를 마주하면 잠시 잊고 지냈던 애국심이 되살아나곤 한다. 그럴 때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게 하는 순간은 단연 재외국민 투표라고 말하고 싶다. 기자 역시 미국 연수 중이던 2024년 3월, 재외국민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이를 실감했다. 그해 4월 10일에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애리조나주의 마리코파 카운티에도 재외국민 투표소가 설치됐다. 모든 한국인들은 3월 29일부터 3월 31일까지 한 한인 마트에서 투표할 수 있었다. 기자가 살고 있던 피닉스 도심에서 투표소까지는 차량으로 20분 거리였다. 투표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는 미주 지역 다른 재외국민들과 비교하면 운이 좋은 편이었다. 마트 한 구석에 차려진 투표소 내부는 한산했으나 겉모습은 국내와 다를 게 없었다. 여권을 제시해 본인 확인을 완료한 뒤 한국 주소지 선거구의 국회의원 후보 이름이 기재된 투표용지를 출력받았다. 이어 기표소로 들어가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봉투에 넣어 투표함에 투입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완료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매일 투표가 종료되면 모든 봉투를 수거해 별도의 주머니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보관한 뒤 한국으로 이송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 태평양을 건너 1만km 이상 떨어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그래서 재외국민 투표소의 투표 절차를 간단한 영상으로 담아 수업 과제로 제출했다. 담당 교수도 외국에 체류 중인 유권자까지 신경쓰는 ‘K민주주의’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기자의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불과 2년여 만에 그 자부심은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때문이다.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투표용지가 추가 공급된 투표소가 모두 9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이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본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유권자 수 대비 50% 수준으로 낮췄다. 사전투표율 상승에 따른 수요 예측의 어려움과 투표용지 보관 부담, 미사용 용지가 과도하게 남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부정선거 논란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예산 절감을 위한 관행과 내부 지침 변경이 맞물리면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해외 곳곳에 투표소를 설치하고 적지 않은 비용과 행정력을 투입하는 나라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는 유권자가 투표용지 부족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투표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째 선관위를 규탄하는 시위대의 마음 깊은 곳에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나’라는 충격이 자리잡고 있으리라.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상처받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선관위 인력 등을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한 사람의 투표권을 끝까지 지켜내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중앙로365] '해양수도 부산' 완성을 위한 금융의 두 날개
부산은 다시 해양수도를 말하고 있다. 전재수 시장 당선인이 강조해 온 해양수도 부산 구상은 단순한 도시 슬로건이 아니다. 조선·해운·항만·수산업·조선기자재·해양물류·북극항로 전략까지 포괄하는 부산의 미래 산업 전략이다. 그러나 해양수도는 배와 항만, 기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들을 실제 산업으로 키우고 미래 투자로 연결하는 힘, 그 마지막 연결고리는 결국 금융이다. 부산이 해양수도가 되려면 조선소의 기술력, 해운사의 선대 확충, 항만의 자동화, 수산업의 고도화, 조선기자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북극항로의 기점을 선점하기 위한 외교적·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내빙선, 친환경선박, 항만물류 인프라, 저온물류 체계, 해상보험, 선박관리, 해양데이터 산업은 모두 막대한 장기 자금을 요구한다. 정책의 방향이 옳아도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은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해운·조선 분야의 탄소중립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제해사기구의 해운 탄소규제 일정은 잠시 늦춰졌지만, 방향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속도는 조정될 수 있어도 친환경 선박, 대체 연료, 에너지 효율 개선, 항만의 저탄소화라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 해상 풍력과 블루카본, 해양 탄소 금융, 해운기업의 부산 집적, 나아가 북극항로 기점 선점 역시 금융의 뒷받침 없이는 구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현재의 자금 공급 체계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중견 조선사들이 선수금 환급 보증, 이른바 RG 발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주를 하고도 보증이 막히면 계약은 현실화하기 어렵다. 기술력과 일감이 있어도 금융이 병목이 되면 산업은 성장하지 못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이 금융의 병목이다. 부산은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국제금융도시를 향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 기능을 갖추려면, 해양산업에 특화된 자금 공급 기능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서울에 있는 기존 금융기관의 일부 기능을 옮기거나 이름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동네에 중국집 하나가 있는데 간판만 바꾼다고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중국집이 생겨야 소비자는 선택할 수 있고, 공급자는 경쟁하며, 서비스의 질도 올라간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부산에는 새로운 금융 공급자가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날개가 정책 금융의 확충이다. 전재수 시장 당선인이 강조해 온 동남권투자공사의 조속한 설립은 그래서 중요하다. 다만 이름만 투자공사여서는 안 된다. 실질적으로 산업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충분한 자본금이 필요하고, 그 자본의 질도 중요하다. 유동성이 낮은 현물 출자 중심으로는 실질적 금융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채권 발행 등 안정적 자금 조달 수단도 필요하다. 자금 운용 역시 단순 대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신, 투자, 인수, 외환, 보증 기능을 함께 갖추어야 조선·해운·항만·물류 기업의 다양한 금융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정부 보증도 사실상 필수다. 정부 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낮은 조달 금리를 확보하기 어렵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어렵다. 또한 산업은행과의 관계도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동남권투자공사가 산업은행의 동남권 조직과 기능을 그대로 흡수하는 방식이라면, 결국 간판만 바꾼 중국집이 될 우려가 있다. 초기 안착을 위해 산업은행의 경험과 지원을 일부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목표는 기능 이전이 아니라 기능 추가여야 한다. 산업은행은 기존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그 위에 동남권투자공사라는 새로운 금융공급 축을 더해야 한다. 동남권투자공사는 산업은행의 축소판이 아니라, 동남권 산업과 해양 경제에 특화된 제2의 정책금융기관이어야 한다. 두 번째 날개는 민간 해양금융 플랫폼이다. 정책 금융만으로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할 수 없다. 조선·해운·항만·수산·조선기자재 산업은 모두 장기 자본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과거 조선·해운 불황기에 큰 손실을 경험했고, 여신 담당자들이 사후 책임까지 부담한 기억이 있다. 은행이 다시 같은 위험을 단독으로 떠안으려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은행을 억지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나누고 민간 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민간 해양금융 플랫폼은 부산이 반드시 새로 만들어야 할 두 번째 금융 날개다. 싱가포르가 변동 자본 회사 제도를 통해 펀드가 머무를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외화 금융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국제금융중심지로 성장했듯이, 부산도 이를 해양산업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해양금융 투자회사 아래 친환경 선박, 조선기자재, 항만 인프라, 북극항로 물류 같은 구분 계정을 두고, 각 계정의 자산과 부채를 분리하면 위험은 낮추고 투자자는 넓힐 수 있다. 여기에 선박 가격, 용선료, 보험료, 기자재 수출입, 해외 투자자 배당처럼 달러로 움직이는 해양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외화 자금 조달과 외화 투자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결합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금융의 부담을 줄이고, 시중 은행의 위험을 분산하며, 조선기자재와 중견조선사에도 새로운 자금통로를 열 수 있다. 무엇보다 부산에 펀드 설정, 투자심사, 회계·법률·평가·수탁·외환·리스크관리 기능이 실제로 쌓이게 된다. 금융중심지는 이름이 아니라 기능으로 증명된다. 물론 민간금융 플랫폼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투자자 보호, 통 상규범, 외환 건전성, 자금 세탁 방지, 이해 상충 방지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조선소나 특정 선사에 사실상 보조금을 주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 대상은 공개된 기준에 따라 선정되어야 하고, 수익과 손실은 시장 원리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 그래야 금융 당국과 투자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다. 해양수도 부산은 두 개의 금융 날개를 필요로 한다. 하나는 동남권투자공사를 중심으로 한 정책 금융의 확충이다. 다른 하나는 해양산업에 특화된 민간 금융 플랫폼의 구축이다. 정책 금융이 방향을 잡고 초기 위험을 나누어 준다면, 민간 금융 플랫폼은 더 넓은 자본을 해양산업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 그러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배를 만들 돈, 항만을 바꿀 돈, 기자재 기업을 키울 돈, 친환경 전환을 가능하게 할 돈, 북극항로를 준비할 돈이 필요하다. 이제 부산은 해양산업의 도시를 넘어 해양금융의 도시가 되어야 한다. 금융의 두 날개를 달 때, 해양수도 부산은 비로소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편집국에서] 월드컵의 추억
지난 12일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서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함께 노래하는 가수 이재를 보며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이 떠올랐다. 2022 월드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BTS 정국의 개막식 공연이었다. 정국은 월드컵 공식 주제가 ‘Dreamers’를 카타르 가수 파하드 알쿠바이시와 함께 선보이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춤과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해 봤던 기억이 난다.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의 무대 한가운데 한국 가수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감동이 있었다. 4년이 흐른 이번 월드컵 개막식에서도 한국 가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부른 이재는 월드컵 공식 주제곡 ‘DNA’를 부르며 한국어 가사도 선보였다. 미국 개막 경기에서는 블랙핑크 리사가 월드컵 주제가 ‘GOALS’를 불렀고, 다음 달 결승전 하프타임쇼는 BTS가 장식할 예정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K팝 스타를 보는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하지만 월드컵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여전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당시 갓 입사한 사회부 기자였던 나는 한국 경기가 열릴 때마다 서면 거리응원 현장으로 향했다. 옛 마리포사 앞 광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응원 장소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모르는 사람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가를 불렀다. 지금 생각해도 뜨겁고 열정적인 풍경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폴란드를 꺾고, 포르투갈을 잡으며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넘고 4강 신화를 썼다. 한국이 승리할 때마다 시민들은 중앙대로로 쏟아져 나갔고 새벽까지 축제를 이어갔다.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나 역시 그 축제의 일부가 돼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열기는 단순히 축구 때문만은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의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던 시기였다.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고 사회 전체에 자신감이 넘쳤다. 일본과 함께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부심이었다. 세계가 한국을 주목했고, 우리는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했다. 거리응원은 단순한 응원을 넘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신감의 표현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2002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시대적 기억으로 남았다. 지금도 2002 월드컵을 떠올리면 경기 결과보다 거리의 함성과 붉은 물결이 먼저 생각난다. 그 이후에도 월드컵은 계속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나는 스포츠부에 있었다. 당시 야구 등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축구 담당 선배가 현지 취재를 가면서 국내에서 경기 결과를 챙겼다.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우루과이에 아쉽게 패했지만 한국 축구의 또 다른 이정표였다. 사실 이제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월드컵이 더 이상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만은 아니게 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유럽 축구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고,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가 됐다. 월드컵의 희소성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월드컵은 다른 이벤트보다는 힘을 갖고 있다. 한국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기분 좋은 출발을 하면서 이번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 조금 높아지고 있다.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팀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조별리그 1차전 승리를 거두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축구의 상징이었던 손흥민은 누구보다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대표팀을 이끌어 왔다. 월드컵 무대에서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다. 반대로 새로운 세대에게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첫 경기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오현규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손흥민의 화려한 라스트 댄스일 수도 있고, 새로운 스트라이커의 탄생일 수도 있다. BTS가 장식할 결승전 하프타임쇼일 수도 있다. 어쩌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대한민국 파이팅이다.
[오션 뷰] 심해저 '경배 지역' 새로운 권익과 그 한계
해양에 관한 국제법의 탄생에는 오래된 두 명제의 대립이 있었다.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명제와 바다도 영토처럼 차지할 수 있다는 명제다. 이 두 명제의 치열한 다툼의 산물로 오늘날 국제법은 바다의 일정 부분은 한 국가가 영토처럼 관할하도록 인정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어느 한 국가의 영유권도 허용하지 않고 모두에게 열어 둔다. 후자가 국가의 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에 해당하는 공해와 심해저다. 그런데 지금, 가장 멀고 깊은 바다에서 새로운 권익과 주체가 떠오르고 있다. 올해 3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심해저 광물 자원 개발 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국제해저기구(ISA) 제31차 이사회가 개최되었다.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산업에 쓰이는 금속 수요가 늘고 심해저 해양환경 보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심해저는 새로운 자원 개발 경쟁의 현장이자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 대상으로 떠오른 터다. 이 협상장에서 소수 민족을 대표해 발언권을 얻은 한 옵서버 대표가 조상의 혼을 기리는 전통 민요를 불렀다. 하와이 원주민의 조상이 깃든 심해 평원과 해산이 자신들에게는 신성한 장소, ‘경배 지역(venerated site)’이니 심해저 자원 개발로 그 정신적 연계를 훼손하지 말라는 호소의 서곡이었다. ‘경배 지역’은 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2001년 채택된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 보호협약의 부속 규칙은 유해나 ‘경배 지역’에 대한 불필요한 교란을 피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비극적 사건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수중의 장소나 역사적·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장소를 무분별한 발굴과 탐사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다만, 이 협약의 ‘경배 지역’은 난파선과 같은 물리적 대상이나 역사적·종교적 유물이나 유적을 전제한다. 반면, 옵서버가 말하는 ‘경배 지역’은 손에 잡히는 대상이 아니라 정신적 연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이러한 주장은 더 큰 국제 규범의 흐름 위에 있다. 바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다. 오랜 차별과 소외의 역사를 지닌 이들을 국제 사회가 특별히 보호해 온 것은 정당하며, 이들은 이제 국제법의 당당한 권익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발효한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 해양생물다양성 협정(BBNJ 협정)도 공해와 심해저에 관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의 존재와 그 존중을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BBNJ 협정이 규정하는 것은 이들이 ‘가지는 지식’이다. 지식은 공동체가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심해저에서 ‘경배 지역’ 주장은 인류 공동 유산으로 지정된 심해저의 특정 장소에 특별한 보호 이익을 설정하는 행위다. 그들이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지역에 말이다. 지식의 존중과 장소에 대한 권리 주장은 결코 같은 차원의 일이 아니다.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도 존중해 주니 ‘경배 지역’ 주장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경계되어야 한다. 따져 봐야 할 문제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경배 지역’에 대한 권리를 부정할 것인지가 아니다. 바다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은 심해저를 인류 공동 유산으로 정한다.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보지 않은 미지의 심해저에 조상과의 정신적 연계를 이유로 특정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독점적 점유를 부정하는 인류 공동 유산 개념과 조화될 수 있는지. ‘경배 지역’의 존재와 가치는 누가 인정하며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경배 지역’이 취지가 좋으니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 물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ISA를 통하여 심해저 세 곳에서 자원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해저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할 범주가 어떤 형태로 정해지는지는 우리나라 개발 주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핵심은 ‘경배 지역’을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범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가다. ‘경배 지역’이 자칫 광범위한 지역의 심해저 채광을 막는 도구로 쓰일 여지는 없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무형의 정신적 연계가 장소에 대한 권리로 인정되기 시작하면, 이 논리는 다른 영역에서 확장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계(儆戒)는 부정이 아니다. 어떤 권리든 한계가 분명해야 비로소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검토 없이 당위로 받아들이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심해저 탐사권을 가진 국가로서 이 논의를 회피하지 않고 ‘경배 지역’ 범위 설정을 위한 균형 잡힌 기준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김진호의 금융포커스] 긴축의 시대가 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며 ‘긴축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한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늦지 않게 인상해야 한다”며 7월 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과 물가, 그리고 금융 관련 지표가 모두 인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상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생활물가 체감은 이를 웃돌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15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은 원달러 환율까지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긴축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다음 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생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또 자산시장 과열과 투기 심리 자극으로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당수는 코로나19와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16만 3000원이 늘어나는데, 전체 차주로 보면 3조 2000억 원 규모다. 또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저신용 차주의 경우 이미 대부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은 64만 원으로 일반 가계대출 차주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은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처방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상 여부가 아닌 충격 관리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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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기승 부리는 서면역, 실내 정원이 서식처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