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계곡·산 아우르는
금정산 자락 명품길
[욜로 갈맷길]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욜로 갈맷길 마지막 여정에 다다랐다. 10코스 ‘금정산성 나들이’다. 10코스는 강과 계곡, 산을 모두 벗 삼아 걷는 길이다. 낙동강 둔치에 강줄기를 따라 길쭉하게 펼쳐진 화명생태공원을 가로지르며, 대천천 계곡과 금정산 자락을 따라 걷는다. 화명생태공원은 사계절 서로 다른 옷을 갈아 입고, 대천천은 맑은 계곡물에 은빛 물고기가 노닐고 왜가리와 쇠백로가 쉬어 간다. 대천천 누리길 전망대에 오르면 금정산이 선물하는 천혜의 비경에 탄복하고, 화명수목원에서는 잘 가꾸어진 초목을 보며 심신을 힐링할 수 있다. 10코스의 끝은 국내 1호 민속주인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금정산성 산성마을이다.■화명생태공원 가로지르며 걷기욜로 갈맷길 10코스는 북구 부산도시철도 3호선 구포역에서 금정구 금정산성 산성마을에 이르는 10km 구간이다. 구포역 1번 출구로 나오면 화명생태공원으로 가는 가로수 길이 나온다. 호젓한 가로수 길을 5분 정도 걸으면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건물이 나타나고, 건물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걷는다. 낙동강관리본부 건물 부근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10코스의 초반부가 ‘4대강 국토 종주 자전거 길’ 경로와 겹치기 때문이다.강변대로 옆으로 난 다리를 건너 갈맷길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자전거가 많이 오가니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자전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화명생태공원 초입이다.리틀야구장(야구장B)을 끼고 돌아 화명생태공원을 본격적으로 걷는다. 화명생태공원 역시 삼락생태공원(욜로 갈맷길 9코스)처럼 낙동강 둔치에 강줄기를 따라 길쭉하게 펼쳐져 있다. 삼락생태공원을 걸었을 때처럼 공원 남쪽에서 북쪽으로 걸으면 된다. 자전거 길 옆으로 가로수를 따라 폭이 넓은 흙길이 나 있는데, 이 흙길을 따라 걷는다. 길 오른쪽으로는 야구장과 인라인 스케이트장, 풋살장, 축구장 등 체육 시설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화명야외수영장, 수생식물원과 차례로 만난다.수생식물원은 여유가 있다면 잠시 들러봄직하다. 연못 위로 나무 덱으로 된 생태 탐방로가 설치돼 있다. 연못은 수생식물로 뒤덮여 온통 초록빛이다. 수련과 노랑머리연꽃, 물옥잠, 세모고랭이, 띠, 매자기 등이 자연 발생적으로 경쟁하며 자라고 있다.화명대교 교각 아래를 지나 파크골프장과 그라운드골프장, 잔디축구장을 거쳐 화명수목원 방향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걷는다. 강변대로 교각에 좀 못 미친 곳에 있는 갈맷길 말뚝 이정표에서 금곡 방면(갈맷길 6-4 상행)으로 왼쪽으로 돌아 걸어 올라간다. 동원진교를 건너 화명 방면(갈맷길 6-4 상행)으로 걷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천천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대천천 맑은 물에 마음도 정화대천천은 금정구 금성동의 공해마을 부근에서 발원해 화명수목원 등을 거쳐 북구 화명동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다음 갈맷길 여정을 위해서는 계곡 왼쪽으로 걷는 게 좋다.대천천 물은 참 맑다. 계곡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수심이 좀 되는 곳에는 은빛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계곡 돌무더기 위에는 왜가리와 쇠백로가 고고한 자태로 서 있다. 한때 수질 오염과 하천 공사 등으로 생태계가 많이 파괴됐던 대천천은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깨끗한 수질과 건강한 생태 환경을 되찾아 철새들이 다시 찾고 있다.대천천을 따라 걷다 보면 대천천 산책로를 따라 300여m 정도 줄지어 서 있는 홍초밭을 만난다. 무성한 초록 잎들 사이로 어른 키만큼 높은 꽃대 끝에 새빨간 꽃들이 피었다. 초록과 빨강의 색깔 대조가 선명하고 강렬하다. 6~10월 개화 시기엔 홍초밭을 찾는 이들이 많다.홍초밭을 지나면 계곡 산책로가 끊기고, 철제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나무 덱길과 만난다. 대천천 상류 쪽으로 덱길 위를 계속 걷는다. 제2대천교에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횡단보도를 건너 대천천 상류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간다. 왼쪽에 화명코오롱아파트가 나타나고 막다른 길과 함께 대천천을 건너는 보행교가 나오면 제대로 걷고 있는 것. 곳곳에 있는 갈맷길 이정표를 잘 살피면 헤맬 우려가 적다.대천천 보행교를 건너면 대천리초등학교를 끼고 대천천을 따라 산성로로 이어지는 짤막한 등산로가 나온다. 나무 덱 계단으로 돼 있어 걷기 부담스럽지 않다. 울창한 숲이 햇빛을 가려 주고,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도 들린다. 산성로에 들어서면 금정산 자락을 걷는 여정이 시작된다. 찻길 옆으로 금정산성 산성마을으로 이어지는 보행로를 걷는다. 나무 덱으로 된 오르막 구간이다. 경사도가 완만해 걷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산성로 보행로를 200여m 정도 걸어 올라가면, ‘대천천 가는 길’이라고 쓰인 큰 안내판이 나타난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대천천 계곡 입구다. 그냥 지나쳐도 되지만, 대천천 계곡과 대천천 애기소를 보려면 한번 걸어 들어가 봐도 좋다. 애기소는 대천천에 있는 물웅덩이. 2016년 정부가 정한 ‘전국 물놀이 안전 명소’ 5곳 중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애기소를 둘러본 뒤에는 대천천 입구 쪽으로 다시 돌아 나와 산성로를 따라 걷는다. 얼마 안 가 길 옆에 애기소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애기소는 대천천 입구에서 들러 봐도 되고, 애기소 이정표를 따라 걸어 내려가도 만날 수 있다. 애기소에 들르는 건 어디까지나 선택 사항이다.■금정산 자락 자연과 함께 걷는 길화명수목원으로 가는 길에 대천천 누리길과 만난다. 대천천 누리길에는 전망대와 쉼터, 잔디 광장, 대천천 유아숲, 주차장 등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수국이 많이 자라는 수국 명소다. 개화 시기(6~7월)엔 수국꽃이 한가득이다. 대천천 누리길의 하이라이트는 전망대다. 전망대는 3곳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부산의 명산 금정산의 위용과 장대함에 놀라고, 산자락에 가득한 녹음에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누그러진다. 경사진 대천천 누리길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누리전망대(전망대A)에서 보는 금정산의 경치는 누구나 탄복할 만하다. 대천천 누리길은 불과 3년 전에 조성된 데다 금정산 자락에 있어 아직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산림청의 ‘걷기 좋은 명품길 20선(2023년 8월 선정)’에도 선정됐다.대천천 누리길을 둘러 본 뒤 화명수목원으로 가려면, 산성로로 다시 빠져나와 걸어도 되고, 누리전망대에서 화명수목원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나무 덱길로 걸어 내려가도 된다. 화명수목원과 대천천 누리길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나무 덱길과 숲속 쉼터 등이 만들어져 두 명소를 연결해 준다.화명수목원은 금정산 자락에 위치한 부산의 대표적인 공립수목원이다. 생태연못, 미로원, 침엽수원, 활엽수원, 화목원 등으로 이뤄져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많다. 화명수목원은 850m(40분), 750m(45분), 1.7km(1시간 20분) 등 3가지 관람 코스가 있다.화명수목원 입구로 들어가 관리사무소와 숲속작은도서관을 경유해 갈맷길과 금정산성 서문 쪽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걸어 올라간다. 수풀이 무성한 산길에서 금정산성 서문과 만난다. 금정산성 서문은 산성을 방어했던 호국 사찰 해월사에서 관리했다고 해서 ‘해월문’으로도 불린다. 금정산성의 4대문 중 유일하게 계곡에 만들어진 문으로, 구포와 김해 방면으로 사람들이 왕래했던 성문이다.금정산성 서문을 거쳐 산길을 빠져나와 산성로에 다시 접어들고 산성119안전센터를 지나면 국내 1호 민속주 ‘산성막걸리’로 유명한 금정산성 산성마을에 다다른다. 산성마을에는 멋진 카페와 맛집이 많다. 식도락도 함께 즐겨보자. 이날 걷기 앱으로 측정한 10코스 완보 시간은 2시간 33분, 걸음 수는 1만 5926보, 거리는 11.18km였다.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고진영도 못 피한 골프 부상,
기혈 소통이 관건
스포츠 마니아들에겐 크고 작은 부상이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신체적인 접촉이 없는 골프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27년 동안 34차례의 크고 작은 부상과 수술을 반복했다. 지난 4월에는 족저근막염과 발목 아래 관절수술로 투어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 LPGA 세계랭킹 1위에서 밀려난 고진영도 손목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2라운드 도중 어깨 통증으로 기권했다.‘남달라’ 박성현도 어깨 부상으로 장타가 실종되면서 컨디션 난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 타이틀을 차지하며 팬들을 몰고 다녔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200위권으로 떨어진 상태다.부상은 프로선수뿐 아니라 동호인들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자세와 무리한 동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스포츠 손상의 한방 치료 장점스포츠 손상은 갑작스런 부상이나 과사용으로 인한 근육이나 인대손상 등이 원인이다. 평소 뼈와 근육의 균형이 안 맞거나 근력이 약할 때 생기기 쉽다.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관절운동 범위가 제한된 상태에서 무리한 동작을 할 때 부상으로 이어진다.손상 부위의 염증이나 통증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염증과 독소를 없애 주고 인대나 근막을 재생시켜 부상 전의 운동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스포츠 클리닉을 통해 제때 적절한 처치를 해 줘야 한다.한방의 침구요법은 빠른 진통효과가 있어 치료결과를 바로 느낄 수 있다. 근육통이나 인대손상 등의 근골격계 질환의 응급처치와 부상치료에 유리하다. 비침습적이고 보존적인 치료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부작용과 후유증이 거의 없다. 침, 약침, 추나, 부항, 한약 등의 다양한 치료 수단을 환자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보리은백한의원 정태민 원장은 “진통제나 소염제, 스테로이드 치료는 혈액순환을 억제시키는 대증요법인데 비해 한방치료는 기와 혈 순환을 촉진시켜 통증과 손상의 근본원인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척추, 어깨, 팔꿈치 부상주말 골퍼들이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야외 골프장이나 연습장에서 스윙을 하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주로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 무릎, 발목 등에 통증을 호소한다.골프는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회전하는 편측운동으로 허리 부상이 잦은 것이 특징이다. 몸의 한쪽 근육만 비대칭적으로 발달해 신체의 균형이 깨지게 되며 이는 골반과 허리에 부담을 준다. 또 무리한 스윙으로 척추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틀어져 부상을 입게 된다.허리 통증은 어드레스, 백스윙, 폴로 동작 때 주로 발생한다. 어깨와 등의 통증은 백스윙할 때, 옆구리는 백스윙이나 폴로 스윙 때 주로 나타난다. 팔꿈치(엘보) 통증은 매트에서 연습을 하거나 뒤땅을 치면서 잦은 충돌에 의한 만성 염증성 통증에 해당된다.운동 전후에 나타나는 통증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정태민 원장은 “골프를 10~20년간 오래 친 사람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통증을 겪는다”며 “통증을 무시하고 넘어가면 근육과 인대의 손상, 염증, 관절 변형 등과 같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골프를 오랜 기간 못 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침, 제트약침, 특수추나 효과스포츠 손상의 한방치료는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수술을 하지 않으면서 뒤틀리고 굳어진 신체를 풀어 주고 바로 잡아 준다. 한방 치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침은 경락의 기혈을 소통시키고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침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약침을 병행한다. 약침은 주요 혈자리에 한약을 증류해 멸균처리한 액을 주입해 침을 놓은 치료다. 한약을 복용하고 침을 맞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제트약침은 주사바늘 대신 실린더를 사용하므로 통증이 적다. 통증이나 증상의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서 아프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빠르게 치료하는 신기술이다. 고압, 고속으로 약침을 피부에 주입하므로 제트기처럼 효과가 빠르다고 해서 제트약침이라고 한다.손이나 괄사(피부를 긁어 치료하는 기구), 바이브레이터 등을 이용한 특수추나도 효과가 좋다.특수추나는 굳어진 근육을 풀어 주고 늘어지고 뒤틀린 근육을 바로 잡아 주어 통증과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탁월하다.골프 기량 향상 클릭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태민 원장은 “한방 골프 클리닉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축이 되는 하체의 지지력을 강화시켜 강력한 스윙을 만들어 준다. 허리와 목 어깨 등의 긴장을 풀어 주고 근육과 인대에 힘이 생기게 하여 유연성과 정확성, 파워가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약이나 공진단 처방을 하면 심장기능이 강화돼 자신감과 안정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조선시대 술맛이 이랬을까…고문헌서 복원해 낸 '석술' [술도락 맛홀릭] <16>
가가호호 술을 빚던 시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졌던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100년 만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급된 지역특산주 면허만 1400건에 이르고, 해마다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가 탄생한다.전통주엔 지역의 특색이 오롯이 담겼다.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술을 빚어, 특산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부산일보>는 ‘술도락 맛홀릭’ 기획시리즈를 통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전통주 양조장을 탐방하고, 지역의 맛과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전통주 전문가도 힘을 보탠다.그 옛날 선조들이 마시던 술은 어떤 맛이었을까. 옛 술의 전통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뚝 끊겼지만, 다행히 술 만드는 방법을 담은 문헌들은 전해 내려온다. 그중 <양주방>에 등장하는 술 하나를 최근 부산에서 복원해 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름부터 생소한 ‘석술’. 정체가 궁금해 부산역 인근의 한 소규모 양조장을 찾았다.■ 100년 만에 되살아난 ‘석술’부산 동구 초량동 차이나타운. 부산화교소학교의 붉은 담벼락을 지나자 바로 옆 건물 벽면에 ‘미리내’란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2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바(BAR)처럼 키 높은 테이블과 유리잔, 술병이 손님을 맞는다. 더 인상적인 건 공간 전체에 감도는 공기다. 과실향인듯 꽃향인듯 술 익는 내음이 코끝으로 은은하게 번져온다.“술 한 잔 드릴까요?” 손승희 대표가 손수 증류한 소주에 청귤을 넣은 하이볼 한 잔을 건넨다. 오후 늦더위가 시원하게 달아나는 맛이다. 술로 인사를 건네는 이곳은 ‘미리내협동조합’. 손 대표를 중심으로 40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 꾸려 나가는 작은 양조장 겸 전통주 교육·체험 공간이다.술병으로 가득 찬 선반 한가운데, 검은 병에 빨간 라벨의 술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올 4월 손 대표의 손길로 복원해 낸 ‘석술’이다. 손 대표가 석술의 존재를 알게 된 건 10년 전. 한국가양주연구소에서 전통주 고문헌 수업을 듣다 <양주방>에 등장하는 ‘석술’에 꽂혔다고 한다.“빚는 방법이 굉장히 특이한 술인데, 인터넷을 찾아 보니 실제로 만든 사례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도전했는데 처음엔 실패했죠. 발효 타이밍을 잘 잡아서 결국 성공했는데 제가 만들어 본 술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이후 손 대표는 술빚기 교육 때마다 석술을 활용했다. 2015년부터 협동조합의 전신인 미리내우리술아카데미란 공간을 차려 수업을 시작했으니, 석술이 다시 세상에 나온 지 1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석술의 이력만큼 손 대표의 경력도 흥미롭다. 특급호텔 일식당에서 근무하던 그는 2010년 사케 소믈리에(키키자케시)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함께 사케를 배우던 이가 맛 보여 준 우리 술에 매료돼 ‘주(酒)님’을 바꿨다.“자신이 만든 전통주를 한 번 맛보라고 주셨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사케랑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술이 더 우수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통주 공부를 시작했죠.”손 대표는 이듬해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전통주 동호회 공간을 마련했다. 매일 같이 술을 빚으며 한국전통주연구소·신라대·한국가양주연구소·국세청주류지원센터 등 국내 전통주 교육기관을 빠짐없이 돌며 술을 배웠다. 양조장 벽면 가득 내걸린 각종 수료증과 상장들이 손 대표가 우리 술과 함께해 온 시간의 무게와 깊이를 짐작케 한다.■ 적당히 삭힌 쌀이 빚어낸 ‘오묘함’다시 세상의 빛을 본 석술은 어떻게 빚는 걸까. <양주방>에는 삭힌 술이라고 나오는데, 말 그대로 쌀을 삭히는 게 핵심이다. 먼저 쌀을 불린 뒤 채에 받쳐 끓는 물을 붓는다. 채 아래로 빠진 물을 식혀 다시 쌀을 담근 뒤 하루이틀 정도 삭힌다. 삭힌 쌀은 고두밥으로 찌고, 물은 다시 끓인 뒤 누룩 가루와 함께 버무린다. 3~4주 발효시킨 뒤 맑은 부분만 걸러내면 석술의 완성이다.“쌀을 적당히 삭히는 게 비결이에요. 과하면 썩어버리거든요. 페하(pH) 농도를 측정해 가장 적절한 상태를 체크합니다.”손 대표는 술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기술의 힘을 빌린다. 석술의 맑은 빛깔도 기술 덕분이다. 광목천으로 걸러낸 뒤 필터로 한 번 더 여과한다. 대신 필터의 종이 맛이 나지 않도록 먼저 생수를 통과시켜 필터를 씻어 낸다.손 대표는 물 끓이기에도 신경을 썼다. 물을 끓였다 식히기를 100번 반복해 임금님에게 냈다는 ‘백비탕’처럼, 술 빚기에 쓸 물을 오래도록 끓이고 또 끓인다.“고문헌에 나오는 그대로 전통주를 만들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본 틀은 유지하되 용량 등 지금과 기준이 다른 내용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야 하죠. 석술의 옛 맛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석술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21세기에 다시 태어난 미리내표 석술의 맛은 어떨까. 검은 병에서 유리잔으로 옮겨진 술은 은은한 황금빛을 뿜어낸다. 향도 빛깔을 닮아 은은하다. 한 모금 입안으로 가져가자 언뜻 떠오른 단어는 ‘오묘함’이다. 산미와 단맛, 어느 하나 도드라지지 않은 가운데 여느 약주와는 다른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삭힌 쌀에서 나오는 특유의 맛일까. 여튼 새로운 약주를 만난 느낌이다.시간이 지나면서 변하는 향미도 오묘하다. 술의 온도가 올라가자 향은 더 은은하고 맛도 부드럽게 다듬어진다. 알코올 도수 15도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상온으로 마시면 한층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낄 수 있다.■ ‘미리내’, 전통주 꿈나무의 요람으로석술은 약주인 만큼 기본적으로 한식과 두루 궁합이 맞다. 손 대표가 추천하는 요리는 나물류. 추석 차례상에 오르는 그림도 어울린다.석술은 한두 달 저온 숙성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판에 나섰다. 현재는 미리내협동조합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데, 미리내 회원이 운영하는 경성대 앞 ‘조비량’에서도 석술을 만나 볼 수 있다. 조비량의 대표 안주는 해물파전과 오징어소면무침. 기장 쪽파와 오징어·새우가 들어간 해물파전은 눅눅하지 않고 바삭하다. 별로 기름지지 않은 데다, 석술이 기름기를 잡아줘 식사를 겸해 즐기기 좋다.오징어소면무침의 매콤새콤한 맛도 석술과 조화를 이룬다. 주인장이 손수 만든 식초와 특제 양념으로 버무렸는데, 바닥에 깔린 무의 아삭한 식감도 재밌다. 좀 더 진하게 술을 즐기고 싶다면 부산에선 만나기 힘든 홍어전도 추천한다. 홍어회 못지않은 톡 쏘는 맛에 절로 술을 찾게 된다.미리내협동조합은 은은하게 이름을 알리며 다음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손 대표가 신경 쓰는 건 자가 누룩이다. 양조장 위층 공간 한편에서 토종 앉은뱅이밀로 누룩을 띄우고 있다.“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었을 때 제일 술맛이 좋더라고요. 여건이 된다면 내년쯤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누룩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고 싶습니다.”석술과 전통주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바(BAR)도 운영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손 대표가 가장 애착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전통주 교육이다. 우리 술 체험, 원데이클래스 등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쉼 없이 운영해, 지난 10년 동안 미리내를 거쳐간 교육생만 수백 명에 이른다.“술을 배우러 서울을 오가느라 많은 불편함을 겪었는데,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부산에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선 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미리내는 올해 초 ‘미리내 전통주 마스터’ 자격증 발급기관이 됐다. 8주 동안 강의를 들은 뒤 필기와 실기 시험까지 합격해야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다. 전통주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가까운 부산에서 도전해 볼 만하다.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기자들의 시음평]▶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 부장“맛도 향도 깔끔하다. 약주답게 약간의 점성이 있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듯, 묵직함이 느껴진다.”▶남형욱 디지털미디어부 기자“약주 치고는 향이 덜한 반면 쌀의 단맛은 꽤 있는 편이다. 냉면이나 맑은 국물류와 어울릴 것 같다.”▶이상배 디지털미디어부 기자“전형적인 약주의 향과 맛이다. 치즈·크래커류와 어울릴 듯. 독하지 않아 안주 없이 마셔도 괜찮겠다.”▶이정 디지털미디어부 PD“처음에 살짝 시큼한 향이 올라오다 금방 사라진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해,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전문가의 맛 코멘트]▶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독특하다. 기존에 만나보지 못한 특유의 향과 맛이 있다. 맑은술 하면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한 곡류의 단맛을 떠올리지만, 이 술은 은근히 날이 서 있는 느낌이다. 버섯·이끼·두리안·호박·우린 차·연잎·나무 등의 향이 느껴지는데,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계열의 향이다. 혀를 쿡 눌러주는 듯한 곡물의 단맛과 감칠맛도 있으나, 쌉쌀함과 신맛이 어우러지다 후미에선 스파이시한 여운이 이어진다. 불려서 뜨거운 물을 붓고, 삭혀서 다시 찌고 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날카로움이 생긴 것 같은데, 이 술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여러 차례 맛봐야 할 것 같다. 일반인들보다는 전통주를 어느 정도 맛본 분들에게 추천한다.”-제품명 : 석술-양조장 : 미리내협동조합(부산 동구)-내용량 : 375mL-알코올 : 15.0%-원재료 : 정제수·쌀·누룩
보름달 토끼 떠올리다
삼천포로 빠지면
'별주부전' 전설의 섬이…
한가위가 코앞이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며 토끼 얼굴을 찾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올 추석엔 달토끼가 선명하게 얼굴을 보일까. 그러고 보니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인데…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려다, 진짜 삼천포로 향했다. 옛 삼천포 시내에서 조금만 차를 달리면 ‘별주부전’ 전설의 고향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별주부전 토끼가 달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 토끼와 거북, 전설의 고향 속으로토끼를 만나러 가는 길, 첫 목적지는 비토섬이다. 섬 모양이 토끼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사천시청을 지나 사천대교를 건너면 서포면이고, 서포면의 남쪽 끝에 비토섬이 자리한다.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첫 번째 다리가 ‘비토교’, 두 번째 다리는 ‘거북교’다. 오후 1시께, 때마침 간조라 다리 아래는 광활한 갯벌이다. 비토섬 갯벌은 사천 9경 중 하나로 꼽힌다. 거북교 주변은 갯벌 체험장으로도 이용된다.비토섬 입구엔 별주부전의 배경이 남해안(사천시) 일대임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우뚝 섰다. ‘남해용궁’이란 단어와 사천지역 지명을 연결 지어 볼 때 비토리가 별주부전의 배경이라는 얘기다. 진실 여부를 가리는 건 학계의 몫이고, 여행객 입장에선 토끼와 거북이로 스토리텔링을 풀어내니 그저 흥미롭다.전설의 고향을 향해 거북교를 건너면 양 갈래 길이다. 왼쪽(하지봉·낙지포)은 ‘토끼로’, 오른쪽(낙지포·수협공판장)은 ‘거북길’이란 이름도 재밌다. 어느 쪽이건 섬을 한 바퀴 돌아 만나게 되는데, 이름에 끌려 왼쪽(토끼로)으로 향했다. 비토마을회관을 지나 비토섬 한가운데를 통과하면 왼편에 ‘별주부전 테마파크’ 주차장이 나타난다. 아쉽게도 캠핑장 리모델링 탓에 다음 달께나 시설이 다시 개방하는데,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오를 수 있다.용궁으로 떠난 남편 토끼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 토끼 동상을 지나 5분 남짓 산책로를 오르자 2층짜리 육각 정자가 나타난다. 거북이 등 위에 올라탄 듯한 정자 형상이 인상적이다. 정자 2층은 사방이 뚫렸지만 곳곳이 나무에 가려 기대만큼 풍광이 시원하진 않다.이제 진짜 토끼섬과 거북섬을 만나러 갈 차례다. 비토섬의 동쪽 끝엔 월등도가, 다시 월등도의 동쪽 끝자락엔 토끼섬과 거북섬이 자리한다. 이들 섬은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질 때만 연결되기 때문에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온라인에서 물때표를 검색하니 오후 1시 23분이 간조다. 간조에서 몇 분 넘긴 시점이라 비토섬과 월등도, 월등도와 토끼섬·거북섬을 연결하는 바닷길이 훤히 드러나 있다.전설에 따르면 별주부(거북) 등에 타고 육지로 돌아오던 토끼가 수면 위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를 보고 황급히 뛰어내리다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 자리에 지금의 토끼섬이 생겨났다고 한다. 토끼를 놓친 별주부는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북 모양의 섬이 됐다.전설을 알고 나니 두 섬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토끼섬은 나무덱으로 연결돼 물때와 상관없이 둘러보기 좋다. 내친 김에 거북섬으로 건너가 본다. 고요한 분위기 때문일까. 월등도를 사이에 둔 두 섬의 자태에서 전설 속 토끼와 별주부의 모습이 스친다. 남해용왕 탓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처지가 닮았듯, 섬 모양도 비슷해 보인다.■ 남일대, 자연이 조각한 ‘코끼리 바위’경남 사천시에 얽힌 동물은 토끼·거북이만이 아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절경에 반해 이름 붙였다는 ‘남일대’에 가면 또 다른 동물, ‘코끼리’를 만날 수 있다. 삼천포항을 지나 남일대해수욕장에 도착하자 남일대 유적비와 최치원 동상이 눈에 띈다. 선생의 유적비는 후손과 시민이 뜻을 모아 2012년 건립했다고 한다.남일대 정자에 올라 바라본 전망도 운치 있지만 해수욕장 한가운데 포토존에 더 눈길이 간다. 영어로 쓴 ‘NAMILDAE’ 알파벳 중 가운데 ‘I’ 꼭대기에 하늘색 코끼리 캐릭터가 귀여운 포즈로 웃고 있다. 코끼리 캐릭터의 살짝 왼쪽, 바다 멀리 예사롭지 않은 바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기다란 코를 내민 옆얼굴이 영판 ‘코끼리 바위’다.코끼리 바위는 가까이 접근도 가능하다. 해변 동쪽 끝에서 시작하는 나무덱과 해안길을 따라 10분쯤 걸으면 코끼리 바위로 이어지는 갯바위다. 해상 추락사고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을 지나 조심스레 갯바위로 걸음을 내딛자 곧 코끼리 얼굴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머리에 초록색 수풀 모자를 쓴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주변의 기암괴석 역시 장관이다. 줄자로 그은 듯 층층이 퇴적층이 드러난 바위가 세월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코끼리 바위는 반대편 서쪽 끝에서 바라봐도 매력적이다. 사천스카이워크가 조성돼 있어 바위는 물론 멀리 수평선과 한려수도의 섬을 조망하기에도 좋다.남일대해수욕장 서쪽 끝에서는 진널전망대까지 해안 산책로(남파랑길34코스)가 이어진다. 걷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5분 정도 차를 몰면 막다른 길 직전에 전망대 입구가 나온다. 꽤나 가팔라 보이지만 계단과 오르막을 조금만 오르면 전망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대 3층에서 바라본 풍광은 비토섬 전망대보다 시원하다. 서쪽으로는 가까이 목섬과 멀리 창선도, 그리고 창선도와 육지를 잇는 삼천포대교가 바라다보인다. 남쪽과 동쪽으로는 추도·신수도부터 수유도·두미도·욕지도·사량도까지, 여러 섬들이 소나무 사이로 빼꼼히 보인다. 전망대가 한두 층만 높았다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는 시간, 발걸음을 돌리기 아쉽다면 사천대교 위쪽 ‘부잔교 갯벌탐방로’에 들러볼 만하다. 간조 때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곳인데, 늦은 오후 밀물 때라 바닷물이 부잔교 입구까지 들어찼다. 갯벌은 잠겼지만, 밀물의 잔잔한 흐름을 느끼며 부잔교를 따라 바다 위를 걷는 기분도 색다른 경험이다.■ 사천에만 있는 이색 맛집·카페사천은 바다와 접한 고장이라 해산물이 흔하다. 좀 특별하면서도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싶다면 삼천포터미널 근처 ‘박김밥’을 추천한다. 대표 메뉴인 박김밥은 갈색으로 졸인 박과 달걀·청경채가 들어간다. 단출해 보이는 재료들이 어우러지면서 깔끔하고도 깊은 맛이 난다. 간이 심심하면 겨자를 푼 소스에 찍어 먹길 권한다. 박김밥은 2줄(8000원)부터 판매하는데, 배가 큰 이들은 혼자서 푸짐하게 먹기 좋다.레트로 감성의 가게 내부도 특색 있다. 음식을 내어주는 쟁반과 접시, 유리병에 든 보리차까지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벽면 크게 내걸린 방명록에는 맛과 분위기에 만족해 하는 방문객들의 글귀가 빼곡하다.더 진한 레트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남양동주민센터와 맞닿은 ‘카페 정미소’에 들러 보자. 이름 그대로 옛 정미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카페 내부 한가운데엔 정미소 시절 쓰던 커다란 기계가 자리한다. 괘종시계, 텔레비전, 카세트 테이프, 사이다 병 등 추억의 소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시간 여행을 온 기분이다. 음료를 주문하면 기본 과자로 ‘튀밥’을 내어 준다. 공간에도 어울리고 음료와도 알맞은 조합이다.카페와 연결된 다른 장소도 흥미롭다. 야외 테라스 너머 복합문화공간 ‘쌀’은 작은도서관도 있어 아이와 함께 들르기 좋다.글·사진=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유럽서 울려 퍼진 아리랑…
엑스포 유치 기원 소중한 시간”
“이번 탐방으로 부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다양한 나라와 도시에서의 여정은 삶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깨달은 기회였다.” “이번 탐방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다방면의 예술가들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같은 것을 감상하더라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소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몇 년치 경험을 미리 겪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부산에서 출발해 스페인(바르셀로나)~오스트리아(빈·잘츠부르크)~독일(뮌헨·뉘른베르크·바이마르·프랑크푸르트)~프랑스(파리) 일대를 돌아보는 ‘해외 문화 탐방’에서 부산의 청년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들려준 소감이다. 현지에 머문 기간은 10여 일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눈과 머리, 가슴에 차곡차곡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무궁무진했을 것이다. 예술가로서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꺼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 자산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거의 하루씩밖에 머물지 못했던 독일 일정을 제외하고 나머지 도시에선 ‘게릴라성 버스킹’을 시도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뭔가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기 위해 떠난 여정이었지만, 우리가 가진 것들도 유럽인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더욱이 2030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선 부산을 알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진 버스킹은 아니었지만 주로 공연 전공자 중심으로 6번의 버스킹을 했다.처음과 두 번째 버스킹은 바르셀로나에서 했다. 장소를 고심하다 카탈루냐 광장과 레알 광장으로 정했다.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와 엄하연 가야금 연주자, 이다영 한국 춤꾼이 나섰다. 가야금을 가져갈 수 없었던 엄하연 연주자는 소금으로 대신했다. 거리의, 맨바닥에서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했지만, 이역만리에서 듣는 ‘아리랑’과 ‘애국가’는 분위기가 남달랐다.전문 버스커가 아닌 데다 이번 해외 탐방 역시 버스킹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앰프 같은 것을 준비했을 리 만무했다. 한국에서 미리 연주 녹음을 해서 MR로는 가져갔지만, 소형 스피커로 그 넓은 공간을 메우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유럽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한 낯선 사람들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주고, 박수를 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에 감동했다.처음엔 쭈뼛쭈뼛하던 청년작가들도 점차 과감해졌다. 공연을 하지 않더라도 펼침막을 드는 사람, 영상을 찍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녹음기를 담당하는 사람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공연에 함께했다.첫 버스킹이 끝난 뒤 엄하연 연주자는 “가야금이 아닌 소금이어서 많이 아쉬웠지만 다른 국가에서 버스킹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유럽이라는 나라에서 버스킹을 할 날이 과연 나에게 올까?” 싶었다는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며 동영상을 찍는 모습에 뿌듯했고, 더불어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을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다영 춤꾼은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과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들 속에 어우러진 한국 전통춤 버스킹은 나에게 색다른 영감을 주었다”고 고백했다.오스트리아 버스킹은 빈과 잘츠부르크가 아닌 잘츠카머구트라는 곳에서 이뤄졌다. 잘츠카머구트는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로, 빙하가 녹아 형성된 70여 개의 호수와 알프스산맥이 어우러져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으로 정평이 난 곳이다. 경치가 수려한 만큼 우리 버스킹 팀도 이번엔 평상복이 아닌 한국에서 준비해 간 한복을 차려입고 공연에 임했다. 춤만으로도 한 꼭지를 꾸렸다.이날 선곡은 ‘아리랑’ 외에도 ‘애국가’ ‘고향의 봄’ 그리고 모차르트와 관련 있는 나라여서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등이 더해졌다. 볼프강제 호수 유람선에서는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 단독으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1악장,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 송과 ‘My Favorite Things’를 연주했다. 그는 “국악팀에서 준비한 한복을 입고 버스킹을 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풍경이 아름다우니 저절로 연주가 되는 듯했고, 특히 유람선 위에서의 바이올린 연주는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감격했다.마지막 버스킹은 프랑스에서 가졌다. 한 번은 루브르박물관 입구였고, 다른 한 번은 몽마르트르 언덕이었다. 루브르에선 한 번 쫓겨나기도 했다.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난 경비원이 “루브르 안에서는 특정 단체를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펼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연 역시 불허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펼친 짐을 다시 싸서 루브르 바깥으로 나가서 입구에서 버스킹을 했다. 청춘이니까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해 질 무렵 몽마르트르 언덕은 우리들의 버스킹으로 더욱 운치 있게 변했다. 마지막 버스킹이라 그런지 더욱 여운이 남았다. 이다영 춤꾼은 “유럽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국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니 색다르고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부채를 펴고 접을 때,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턴을 돌 때마다 외국인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춤추는 나를 즐겁게 했다”고 밝혔다. 김푸름 바이올리니스트는 “버스킹이란 단어는 클래식이랑 거리가 멀 거로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음악 하나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해 보니 정말 귀한 시간이었다”며 “이 귀중한 경험을 토대로 예술 활동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이번 행사를 기획한 (사)부산예술후원회 강의구 회장은 “부산예술후원회의 첫 사업이라서 특히 많은 관심을 쏟았다”며 “이번 해외 탐방이 청년예술인으로서 견문을 넓히는 동시에 새롭고 신선한 예술 영감을 얻어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부산예총 오수연 회장은 “이번 해외 탐방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부산의 청년작가들이 모여 유럽의 예술문화를 경험하고 돌아왔다는 점이 매우 뜻깊다”며 “유럽에서의 경험이 작품과 무대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솔자였던 오보이스트 권성은 부산음악협회 회장 역시 “다양한 문화 체험이 창작 활동에 밑거름이 되고 부산 예술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돼 부산문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글·사진=김은영 선임기자※이 기사는 (사)부산예술후원회가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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