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베테랑2’ 추석 연휴 400만 돌파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2’가 추석 연휴 기간 40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유일한 추석 개봉 영화인데다 천만 영화 후속편이라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명절 연휴 극장 개봉작이 적었던 탓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베테랑2’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관객 393만 7000여 명을 모았다. 사실상 명절 연휴가 시작된 13일 금요일부터 집계하면 445만 3000여 명을 동원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이다.‘베테랑2’ 흥행에 힘입어 올해 추석 연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50% 급증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닷새간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전체 관객 수는 46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엿새간(9월 28일∼10월 3일) 관객 수 311만 3000여 명보다 49.7% 증가한 규모다.‘베테랑 2’가 독주한 것은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세 편이 경쟁을 벌였다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선례가 있어 주요 배급사들이 맞대결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 닷새간 ‘베테랑 2’의 상영점유율은 67.3%에 달했다. 상영점유율은 극장의 전체 상영 횟수에서 특정 영화가 차지한 비중을 의미한다.일부 관객 사이에선 개봉 영화가 적어 선택지가 적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추석 연휴 극장을 찾았다는 30대 직장인 김민지 씨는 “주요 시간대엔 거의 ‘베테랑2’를 상영하고 있어 선택할 영화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50대 직장인 최진호 씨는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베테랑2'와 애니메이션 정도만 있더라”며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적어 아쉬웠다”고 했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2’가 추석 연휴 기간 400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유일한 추석 개봉 영화인데다 천만 영화 후속편이라 이름값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객 사이에서는 명절 연휴 극장 개봉작이 적었던 탓에 선택지가 없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베테랑2’는 추석 연휴였던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관객 393만 7000여 명을 모았다. 사실상 명절 연휴가 시작된 13일 금요일부터 집계하면 445만 3000여 명을 동원했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00만 명이다. ‘베테랑2’ 흥행에 힘입어 올해 추석 연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50% 급증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닷새간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전체 관객 수는 46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엿새간(9월 28일∼10월 3일) 관객 수 311만 3000여 명보다 49.7% 증가한 규모다. ‘베테랑 2’가 독주한 것은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세 편이 경쟁을 벌였다가 모두 흥행에 실패한 선례가 있어 주요 배급사들이 맞대결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 닷새간 ‘베테랑 2’의 상영점유율은 67.3%에 달했다. 상영점유율은 극장의 전체 상영 횟수에서 특정 영화가 차지한 비중을 의미한다. 일부 관객 사이에선 개봉 영화가 적어 선택지가 적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추석 연휴 극장을 찾았다는 30대 직장인 김민지 씨는 “주요 시간대엔 거의 ‘베테랑2’를 상영하고 있어 선택할 영화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50대 직장인 최진호 씨는 “오랜만에 극장에 갔는데 ‘베테랑2'와 애니메이션 정도만 있더라”며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적어 아쉬웠다”고 했다.
[이 주의 새 책] 맛집에서 만난 세계지리 수업 外
■맛집에서 만난 세계지리 수업 쓰촨에서 시작된 탄탄면의 마라 맛 뒤에는 습한 날씨가 있다. 또 나폴리피자의 감칠맛을 담당하는 산마르차노 토마토 아래엔 베수비오 화산재에 덮인 땅이 있다. 지역별 대표 음식이 어떤 지리적 배경에서 발달했는지를 맛깔나게 전한다. 문제는 이 책에 소개된 독특한 맛을 품은 열세 가지 음식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흔들린다는 것이다. 남원상 지음/이두현 감수/서해문집/332쪽/1만 6800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없다 세상 누구도 정신질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각자도생, 무한경쟁, 성과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는 정신질환자의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구조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한 정신질환은 정확한 개념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대표적 정신질환에 대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증상과 특징, 치료 방법을 설명한다. 정영인 지음/산지니/256쪽/2만 원. ■퍼블리싱 마케팅 트렌드 책이 안 팔려 출판사들이 죽을 맛이다. 하지만 외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콘텐츠+미디어+저작권+매니지먼트 비즈니스’로 탈바꿈해 가능성을 열어 가고 있다. 책의 개념이 달라졌으니 마케팅 또한 달라져야 한다. 다양한 시도를 해 온 출판 관계자들에게 출판 마케팅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정리했다. 곽선희 외 21명 지음/기획회의 편집부 엮음/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268쪽/1만 8000원.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은 폭탄 투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과거의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 일본과 아시아 곳곳에서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해 온 전범 기업을 심판하기 위해서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주요 멤버인 다이도지 마사시에 주목해 투쟁을 시작한 계기와 과정, 체포 이후 기억을 복원했다. 마쓰시타 류이치 지음/송태욱 옮김/힐데와소피/392쪽/2만 2000원. ■플래닛 아쿠아 지구의 ‘수권(水圈)’이 온난화의 여파에 따라 새로운 균형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권의 재배치에 따라 인류의 6000년 도시 수력 문명이 막을 내리고, 신유목 시대와 임시 사회가 부상할 것이라 예상한다. 이에 따라 산업, 경제, 사회, 정치, 교육 등 삶의 전 영역에 도래할 변화상을 안내한다. 인간은 땅이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408쪽/2만 8000원.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효모부터 시작해서 산업혁명과 세계대전 등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미생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암약했는지 이면을 파고든다. 인류와 미생물이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흐름을 보여주는 연대순으로 구성되었다. 후반부에는 인류를 괴롭혀 온 세균을 이용해서 지금껏 해결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노력 등 미생물 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고관수 지음/지상의책/264쪽/1만 8500원. ■노란 버스 어린이들을 태우던 스쿨버스가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들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로 바뀌고, 마침내 고가도로 밑에 버려진다. 추운 겨울밤 노란 버스는 집 없는 노숙자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노란 버스는 어디서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사실에 행복해한다. 뉴욕 타임스 어린이 그림책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로렌 롱 지음/윤지원 옮김/지양어린이/48쪽/1만 7500원.
[잠깐 읽기] 할매FC에서도 뛰겠다는 그녀를 응원합니다
축구만큼 사람을 열광(熱狂)하게 만드는 운동이 또 있을까. 하지만 막상 실제로 해 보면 발로 하는 축구는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여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를 가장 싫어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이제는 옛말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취미로 축구해요, 일주일에 여덟 번요>의 저자는 짐작대로 여성이다. 그것도 곧 마흔이 되는 16년 차 경력의 여성 출판편집자다. 그녀가 직접 운동장에서 발로 뛰고 몸으로 부대끼며 땀내 나는 기록을 써 내려갔다. 장담컨대 단순히 책 낼 생각이었으면 이렇게는 절대 못 한다. 점심시간에 리프팅 연습을 하다가 직장 동료들에게 발각되고, 업무상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골 넣는 영상을 자랑하기도 한다. 감격스러운 데뷔골을 넣고는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까지 했다나.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편집자 일을 하다 보니 글을 잘 쓰는 건지, 글을 잘 써서 편집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축구는 타이밍 싸움, 박자 싸움이다. 상대 박자를 따라가면 안 된다. 남 박자 따라가지 말고, 자기 박자와 타이밍을 지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축구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들을 밑줄 긋게 만든다. 이 나이에 무슨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느냐고? 지금처럼 살든가, 그게 아니라 시야를 넓히고 싶다면 전혀 다른 맥락의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가장 미숙했던 시절, 나를 응원하고 견뎌 준 친구들처럼 자신도 누군가의 용기에 응원을 얹고 싶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태도는 ‘끈질김’과 ‘들이대기’다. 세상만사 비슷하지 않을까. 70대가 되면 할매FC에서 뛰겠다는 그녀를 응원한다. 이지은 지음/북트리거/212쪽/1만 6800원.
국립현대무용단 ‘지역상생 프로젝트’ 부산 첫선
(재)국립현대무용단과 (재)부산문화회관이 ‘지역상생 프로젝트-코레오 커넥션’으로 선보이는 ‘수선되는 밤×정글’이 오는 21일 오후 5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지역상생 프로젝트는 중앙에 집중된 예술 생태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립현대무용단이 올해 새롭게 추진한 사업으로, 지역의 재능 있는 안무가를 발굴하고, 동시대 사회와 역사, 그리고 사람에 관한 주제 의식을 담은 현대무용 레퍼토리를 개발하기 위해 시도한다. 이번 부산 무대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제작 협력을 통해 발전시킨 박재현 안무가의 ‘수선되는 밤’과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안무작 ‘정글’ 두 작품이 같은 무대에 오르게 된다. 박재현 안무가 신작 ‘수선되는 밤’은 이정표 없는 길의 방향을 잃은 낯선 자들의 발자취를 통해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제목의 ‘수선(垂線)’은 일정한 직선이나 평면과 직각을 이루는 직선을 의미한다. 박재현 안무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수직과 직선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부산시민회관을 시작으로 이번 지역상생 프로젝트의 파트너 극장인 대구문화예술회관, 세종예술의전당 투어공연에서도 선보인다. 또한 앞으로 3년간 국립현대무용단의 레퍼토리로 귀속돼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정글’은 김성용 예술감독의 안무작으로 지난 4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돼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에 지난 7월 프랑스 파리 13구 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오스트리아·카자흐스탄을 순회하는 해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김성용 예술감독이 개발한 비정형적 움직임 리서치 ‘프로세스 인잇(Process Init)에 기반한다. ‘프로세스 인잇’을 통해 무용수들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감각을 깨우고, 상호 간 반응을 탐색하며 움직임의 변화와 확장을 만든다. 김성용 예술감독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각 지역 극장과 협업해 현대무용 관객 저변에 힘쓰고, 여러 기회로부터 소외된 지역 안무가와 무용수들을 만나겠다. 또한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해외 파트너십 개발에도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과 ‘정글’ 작품 무용수 3명은 공연에 앞서 지역 내 중고등 무용 전공생 대상의 ‘움직임 워크숍’도 연계 진행한다. 부산문화회관 시민예술팀 안주은 팀장은 “국립 예술 단체가 지역 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국립 단체들과 협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입장료 R석 4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
백년어서원이 가슴에 새긴 ‘부산을 기억하는 법’
처음으로 부산을 꽤 오래 떠나 있다 돌아온 참이었다. 부산역에서 마주친 바람은 확실히 달랐다. 바람에 실린 바다 냄새에 내가 부산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고명자 시인은 아직 부산을 잘 모른다면서도 부산의 바다를 오감으로 기가 막히게 설명한다. 다가오는 파도 소리와 갈매기 소리는 청각의 바다다. 해초를 씹었을 때 입안에는 미각의 바다가 퍼진다. 바다에 몸을 던져 보거나, 폭풍의 바다에서 사투하며 느끼는 촉각의 바다도 있다. 내가 느꼈던 것은 후각의 바다였다. 온도가 조금 오르면 바람에 실려 오는 해초 냄새가 진해진다. 부산은 1월 중순을 기점으로 바다 냄새가 달라진단다. <부산에 삽니다>는 백년어서원이 11번째 내놓은 ‘개똥철학’ 시리즈로 올해의 주제는 ‘부산’이다. 자기 몸 안에서 빛을 만들어 내는 개똥벌레의 순수하고 근원적인 에너지에 대한 은유로 지어진 이름이다. 맨앞 장 윤국희 씨의 글 ‘역사는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이 허투루 만들어진 게 아님을 깨달았다. 윤 씨의 글은 영화 ‘서울의 봄’이 좀 아쉬웠다고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서울의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부마항쟁이 있어서 가능했는데 영화에서는 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어서다. 5·18 민주화운동에 묻혀 버린 것이다. 윤 씨는 부마항쟁 구술 녹음 파일을 풀며 만난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했다. 민주화 운동의 전환점이 된 부마항쟁을 부산시민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이야기는 원양어선의 입출항이었던 부산 남항이다. 김태수 시인은 원양어업 전성기였던 1970년대 후반 남항이 흥청거리면 남포동이 들썩거렸고 부산에는 생동감이 넘쳤다고 소개한다. 남포동 마담들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꽃다발을 들고 배에 올라 환영했다니 ‘아! 옛날이여’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재조명되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비해 원양어선 선원들에 대한 기억은 너무 박한 게 사실이다. 셋방 사는 집 아이가 주인집 흑백 텔레비전을 훔쳐보던 일이 나만의 아픔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도 반갑다. 김수우 시인은 어느 날 주인집 방문이 활짝 열렸을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했다. ‘같이’의 가치가 평생 따라가는 그림자가 되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송도해수욕장에 나가 조기청소를 했던 일이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초등학생들을 아침부터 노역을 시킨 데 대해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60년대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한 달에 한 번 조기청소하는 날이 있었다는 글을 만났다. 이 글을 쓴 강미애 씨가 “우리는 쇠똥구리처럼 힘을 모아 한 세계를 굴렸다. 오래전 새벽길을 함께 쓸던 친구들을 떠오른다”라고 표현하니 감동이 밀려온다. 이 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23명의 저자 대부분이 깊이가 있게 너무 글을 잘써서 놀랐다. 백년어서원에서 나이 들고 함께 젊어간다는 한 저자의 소개글에서 그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백년어서원’은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르고 우리 삶과 공동체를 고민하고 있단다. ‘인자 문 끼라 봐라!/바까튼 눈부신 햇살/침잠의 시계추는 멈차뿐지 오래/침묵은 니 얼굴이 아이야//생각해 봐라!/이 대낮의 햇살과/이 대지의 자유와/이 정직한 평화는/얼매나 값비싼 대가였는지//벌씨로 이자문나?’ 부산작가회의가 낸 시집 <인자 문 끼라 봐라>의 표제가 된 김점미 시인의 ‘다시 촛불’이다. 부산말로 시를 썼기에 그대로 가슴팍에 꽂힌다. 철학자 이수경 씨는 “주변어인 지역어는 그 현장에서 살아서 장소성을 회복시키고 정신을 일깨운다. 부산의 정신을 넘어 온 나라의 정신을 일깨운다”라고 말한다. 부산살이가 모든 게 좋기만 했을 리가 없다.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해서 떠나고 싶었던 때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나를 성장시킨 부산, 떠나지 못했던 부산,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부산은 곧 나의 부모님’이란 문장이 뭉클하다. 백년어서원 지음/신생/280쪽/1만 5000원.
[잠깐 읽기] 왜 소설 속 살인은 늘 폭풍 속 산장에서 일어날까?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책 제목만으로도, 저자가 미스터리를 제대로 알고 있구나, 느껴진다. 보통, 책 제목이라면 <‘나’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정도가 정상이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이 그 제목을 보고 ‘아, 나도 미스터리 좋아하는데…’라는 공감에 책을 펼치게 된다. 그런데 책 제목이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이다. 제목을 본 순간, 공감이 아니라 의문이 생긴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혹은 ‘왜 그렇게 단정하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앞선 동기보다 수 배는 강렬하다. 이것이 미스터리의 본질이다.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미스터리 책 18권을 소개한다. 저자는 스릴러와 환상, 추리물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소설가다. 그리고 나는 권위에 약한 인간이다. 그러니 이처럼 강렬한 포스를 내뿜는 저자가 사랑한 18권의 비서(秘書)라면, 이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셀럽이 어떤 브랜드를 최애하는지, 그(혹은 그녀)의 옷장을 엿보고 싶은 심리와 매한가지다. 하지만 저자의 최애 18권 리스트를 여기에서 소개하지는 않겠다. 정작 저자의 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18권부터 찾을 것 같은 노파심 때문이다. 18권의 리스트에 대한 정보와 별개로, 책은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책은 18권뿐 아니라 다양한 미스터리 작품들을 통해 미스터리 장르가 갖춰야 할 요소, 여러 유형(하위 장르) 등 미스터리 전반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적절하게 소개한다. 영어회화책인 것 같으면서도 영어문법책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확장이 흥미롭다. 가끔은 이야기의 배가 산으로 너무 올라가는 바람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또한 신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김희선 지음/민음사/232쪽/1만 7000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참회록 “경제학은 필요한가”
1996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두 단계나 인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에 빠져들었다. 우리가 아는 그 논쟁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 것이라는 주장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 소비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 이에 2년 전 발표된 미국 프린스턴대의 논문이 소환된다. 1992년 최저임금을 인상한 뉴저지주와 그렇지 않은 인근 펜실베이니아주의 패스트푸드점 고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였다. 최저임금의 소폭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논쟁은 정리가 되었을까. 아니다. 논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뿐이었고, 최저임금 논쟁은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갑론을박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붕괴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불렀다. 사태를 초래한 월가의 부자들은 수억 달러를 챙기고도 처벌받지 않았고, 많은 애먼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었다. 제 역할을 못하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책임은 자연히 정치인과 경제학자에게 쏠렸다. 두 부류는 늘 서로를 탓하기 마련이지만, 이때만큼은 경제학자의 할 말이 없었다. 보통은 학자가 위기를 예측(경고)하고, 정치인이 전문가 의견을 모으고 이해 충돌을 조정해 대책을 마련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리먼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 심지어 위기 직전 많은 경제학자는 시장 붕괴 원인이 된 금융공학상품을 홍보하기까지 했다. 위 두 장면에서 우리는 경제학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된다. 수십 년간 공방이 이어진 물음 하나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적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는 데도 그 전조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그런 경제학이 어떤 가치를 지니며, 그것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경제학자는 또한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좋은 경제학 나쁜 경제학>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이러한 의심을 제대로 부채질한다. 책은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기존의 여러 경제서와는 달리 경제학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한다. 경제서라기보다 저자(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다)의 회고록에 가깝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여러 문제와 맞닿은 논쟁들, 의료 시스템의 폐해, 소득과 자산 불평등, 은퇴와 연금 문제 등을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들여다본다. 책은 미국 내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주제는 미국에 한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꽤나 유의미하다. 1990년대 미국에서 불거진 최저임금 논쟁의 경우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전혀 다른 모습을 지녔지만, 우리의 시스템 역시 현재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책의 말미(10장 ‘경제학자가 경제를 망쳤나’와 11장 ‘경제 실패는 경제학의 실패인가’)에 이르러 저자는 앞서 다룬 논의들을 정리하며 경제학과 경제학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꿈을 실현하는 땅(‘아메리칸 드림’은 한때 전세계에 퍼진 환상이었다)에서 불평등의 땅으로 전락해버린 미국의 현실과 그 과정에서 경제학과 경제학자가 어떤 과오를 저질렀는지 지적하고 그 책임을 묻는다. 이는 저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에서 추천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앵거스 디턴 지음/안현실·정성철 옮김/한국경제신문/336쪽/2만 3000원.
“환경 소설 쓴 이유? 쓰레기 산이 보이니까!”
김서련 소설가가 첫 장편소설 <은양>(산지니)을 냈다. 소설은 은양이라는 소도시의 작은 신문사 은양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하는 ‘나(민 기자)’가 건축폐기물로 쌓아 올린 쓰레기 산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은양은 행정구역상 이미 없어진 지역이라고 했다. 은양은 현실 세계의 웅상을 말하는 것 같았다. 경남 양산에 있었던 웅상읍은 늘어나는 인구로 덕계동, 평산동, 서창동, 소주동 등 4개 행정동으로 분동하면서 행정구역에서 사라졌다. 은양의 무대에서 김 소설가를 만나기로 했다. 예전에 웅상, 지금은 경남 양산 덕계동에 들어서자 놀랍게도 소설 속 쓰레기 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양>은 허구지만 쓰레기 산은 실재였다. 소설 속 괴물이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기묘했다. 쓰레기 산은 산과 산 사이 깊은 골짜기에다 쓰레기를 차곡차곡 메워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현실에서 쓰레기 산은 ‘덕계동 폐기물 산’으로 불렸다. 2002년 폐기물 처리시설 사업 허가 이후 지금까지 쓰레기가 쌓여 이제는 높이가 40여m에 이른다고 한다. 도심 미관 훼손과 비산 먼지, 안전 문제 등으로 지역사회에 오랜 골칫거리가 되어 있었다. 행정과 정치, 그리고 언론은 뭘 하고 있었기에 쓰레기 산이 이처럼 높게 쌓였을까? 소설은 지역 유지인 허이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관련 기사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기자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조금씩 개선하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공적인 가치를 입증하면 이 척박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봐요.” 은양매거진에는 죽을 때 죽더라도 쓰레기 산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는 기자가 있었다. “기자가 좋았던 시절은 다 지나갔어요. 우린 무엇보다 수입을 창출해야 해요. 수입이 생겨야 사무실 운영도 하고 월급도 주고 신문도 찍어 내죠.” 오로지 생존이 목표인 편집국장 구와 같은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심지어 그는 “기사는 총이다. 총을 쏘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라고 말한다. 먹잇감을 발견하고 짐승처럼 사납게 덤벼드는 그와 민 기자는 갈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처럼 <은양>은 환경 소설을 표방한다. 민 기자가 은양까지 오게 된 것도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가 ‘그린워싱’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쓰레기에 깔려 죽은 외국인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이야기도 나온다. 소설은 눈에 보이는 쓰레기 산을 애써 덮어두며 이익을 취하는 사람과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교차시킨다. 지역 사회의 여러 입장을 보여 주다 마침내 민 기자와 허이재가 충돌한다. 김 소설가를 웅상신문에서 만났다. 그가 건넨 소설가 명함의 반대쪽에는 웅상신문 대표이사 직함이 찍혀 있었다. 소설가이자 12년째 웅상신문을 운영하는 언론인이었다. 그제야 <은양>이 나온 배경이 이해되었다. <은양>에는 쓰레기 산과 관련한 기사들이 나오는데, 실제로 그가 쓴 것들이라고 했다. 구모룡 평론가는 “이 소설에서 정보의 과잉은 가독성을 줄이는 요인이자 한계로 비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가 있었다. 김 소설가는 “출근길에 건축폐기물 산을 처음 만난 순간 숨이 탁 막혔다. 그래서 쓰레기 산에 대해서 기사도 쓰고 페이스북에도 올려 지금은 사업이 중단한 상태이지만, 다른 지역에도 쓰레기 산이 많이 있다. 지역 언론의 열악한 환경을 배경으로 각자도생하는 인간군상을 그리던 소설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환경 쪽으로 흘러 갔다”라고 말했다. 환경 관련 강의까지 들으면서 힘들게 완성한 환경 소설이었다. 기자에게 <은양>은 또 다른 의미로 읽혔다. 기자 정신을 담아 지금의 언론 상황을 잘 묘사한 르포나 탐사 저널리즘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는 요즈음, 쓰레기 산에 집착한 소설이 의미심장하다. ‘아무튼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면 상관을 안 해요. 쓰레기 산이 보이지 않는 동네 사람들은 말을 안 하는 거죠. 왜냐하면 보이지 않으니까요.’ 애써 외면하고 사는 우리를 소설이 죽비처럼 내려친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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