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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는 무슨” 꽃샘추위에 매실 농가 한숨만

“꽃놀이는 무슨” 꽃샘추위에 매실 농가 한숨만

3월 중순에 폭설을 동반한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봄 농사에 나선 농민들의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다.20일 경남 진주시 매실 농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남부 지역에 매화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매화꽃은 이달 말께 만개할 전망이다. 예년보다는 2주 가량 늦지만 중부 지역보다는 열흘 정도 빠르다.봄의 전령이자,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하필 개화 시기에 맞춰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냉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20일 기준 경남 대다수 지역 기온은 최저 영하 3도에서 최고 영상 10도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영상 기온에, 낮 최고기온이 20도 이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며칠 만에 10도 넘게 기온이 떨어진 셈이다. 일부 산간 지역은 최저 기온이 영하 5도를 밑돌았다. 여기에 지역 곳곳에 폭설이 내리고 강풍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를 더 떨어뜨렸다.예상치 못한 꽃샘추위에 농가들은 냉해 걱정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먼저 위기에 직면한 작목은 과수 중 개화가 제일 빠른 매실나무다.매실나무는 다른 과수보다 휴면 기간이 짧아 겨울철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그런데 꽃까지 핀 상태에서 꽃샘추위가 찾아왔는데, 심하면 열매가 될 꽃 씨방을 얼리고 낙화 현상을 일으킨다.또한, 꿀벌이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수정률이 떨어져 매실 생산량이 급감하게 된다. 여기에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냉해 피해가 시간을 두고 조금씩 나타나기 때문에 당장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는 사실이다.진주에서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우이용 씨는 “매실은 다른 작목과 달리 인공 수정도 어렵다. 개화기에 꿀벌이 활동을 멈추면 1년 농사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은 꽃의 상태가 괜찮은 건지 냉해를 입은 건지 확인도 어렵다. 불안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사과와 배 등 다른 과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올해 유난히 기온의 편차가 커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특히, 배의 경우 지난 2023년 3월 말에서 4월 초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냉해가 발생한 적 있다. 특히 진주시의 경우 배꽃 80%가 떨어지는 등 역대급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도 오락가락한 날씨가 이어지자 농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한 배 재배 농민은 “이달 말쯤 배꽃이 피는데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찾아왔다. 따뜻하다가 갑자기 강추위가 오면 나무도 사람처럼 움츠러들기 마련이다. 꽃이 활짝 피지도 않는다. 나중에 과일 크기가 작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 많아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월동작물인 양파도 강력한 꽃샘추위에 몸을 떨었다. 원래 중만생종 양파는 10월 말쯤 정식을 하고 이듬해 6월 초 수확한다. 3월은 겨울철 저온을 견뎌내고 생육을 재개하는 ‘생육재생기’로, 질 좋은 양파 생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다.올해는 지난해 잦은 가을비로 정식 시기가 보름 정도 늦어진 탓에 양파 생육이 다소 더딘 편인데, 하필 생육재생기에 꽃샘추위와 폭설이 찾아왔다. 급한 대로 부직포를 덮어 대비에 나섰지만, 병해충 감염 위험이 있어 농민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경남 함양군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이홍주 씨는 “예전과 달리 날씨 예측이 어려워 갈수록 농사짓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제 수확이 80일 정도 남았는데, 생육재생기에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확기가 늦어지고 수확량도 좀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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